간판 없는 짜떤 시골 식당 — 개구리·달팽이가 특별할 것 없는 현지인 밥상
빈투안 득린 짜떤, 간판도 구글 지도에도 안 나오는 시골 식당. 현지 친구들과 찾은 '남의 집 마당' 같은 가든 식당에서 개구리·달팽이·계란부침 같은 현지인 밥상을 받았다. 테이블엔 구운 캐슈넛 통이 놓여 있었다.

앞 편(라응아 강 뗏목 식당)처럼, 이번에도 현지 친구들이 데려간 곳이다. 간판이 없다. 지도 앱을 켜도 상호가 안 뜬다. 짜떤(Trà Tân) 마을 안쪽, 물길과 논 사이에 자리한 곳이라 혼자였으면 존재조차 몰랐을 자리다.
느낌은 한국으로 치면 가든형 식당과 비슷했다. 도심 밖 넓은 부지에 마당을 두고, 나무 그늘 아래 상을 차리는 그런 집. 주변 환경도 딱 그랬다. 시골 식당이라 허름할 줄 알았는데, 넓고 깔끔한 편이었다.

남의 집 마당 같은 곳
차에서 내리니 눈앞이 온통 마당이었다. 붉은 흙마당에 야자수가 서 있고, 낮은 관목을 돌려 심어 정원을 만들었다. 화분을 줄지어 늘어놓은 화단, 한쪽엔 작은 연못. 식당이라기보다 잘 가꾼 시골집 앞마당에 가까웠다.

밥은 마당에 세운 정자에서 먹는다. 기와지붕을 얹은 정자 아래 타일 바닥을 깔고, 짙은 색 통나무 테이블에 자줏빛 가죽 의자를 둘렀다. 앉으면 눈앞이 전부 정원과 야자수다. 옆으로는 생수와 양념을 올려둔 선반이 있고, 정자 너머로 또 다른 정자가 하나 더 보였다. 손님이 여럿 와도 나눠 앉을 수 있는 구조다.
현지인의 평범한 한 상
자리에 앉으니 상이 차려졌다. 관광객용으로 꾸민 상이 아니라, 이 동네 사람들이 평소 먹는 그대로의 밥상이다.

왼쪽 첫 접시는 큼직한 계란부침. 어느 나라 밥상에서도 반가운, 제일 친숙한 반찬이다.
그 옆 접시엔 개구리 요리가 올라왔다. 살을 고추 양념에 짙게 조려낸 것이다. 한국 사람에겐 낯설게 들릴지 몰라도, 이 지역에서 개구리는 논과 물가에서 나는 흔한 식재료다. 특별한 날의 별미가 아니라 그냥 반찬처럼 상에 오른다.
가운데 작은 뚝배기에는 달팽이가 담겼다. 잘게 썰어 고추·후추·쪽파와 함께 자작하게 조린 것이다. 역시 이 동네에선 낯선 음식이 아니다 — 물가에서 나는 것을 이렇게 양념에 조려 밥반찬으로 낸다.
오른쪽은 채소 한 접시. 깍지콩만 살짝 데치고, 당근과 양파는 익히지 않고 껍질만 벗겨 썰어 냈다. 기름지고 진한 반찬들 사이에서 아삭하게 입을 정리해 준다.
낯선 재료가 섞여 있어도, 상을 물리고 나면 결국 인상에 남는 건 ’별스럽지 않다’는 거였다. 이 사람들에겐 평범한 한 끼고, 나는 그 평범한 상에 끼어 앉았을 뿐이다.
테이블 위 캐슈넛
한 가지, 이 밥상에서 눈에 띈 게 있었다.
상 한쪽에 구운 캐슈넛 통이 놓여 있었다. 손님상에 늘 두는 모양이었다. 이 지역에선 캐슈가 특산이자 일상이라, 물 한 병처럼 자연스럽게 테이블에 오른다.
그런데 그날의 나는 이 통을 그냥 지나쳤다. 캐슈가 어떻게 열리는지 본 건 이 밥상보다 나중이다. 득린 협동조합이 그해 12월, 빈프억 농장은 이듬해 3월이었다. 열매 밑에 회색 알맹이가 한 알씩 달려 있는 걸 보고 난 뒤에야, 사진 속 이 통이 눈에 들어왔다.
순서가 거꾸로였다. 밭을 보고 식탁을 만난 게 아니라, 식탁을 먼저 만나고 다섯 달 뒤에 밭을 봤다.
검색으로는 못 찾는 곳
돌아오면서 라응아 편에서 했던 생각을 또 했다. 이런 집은 검색으로 안 나온다. 간판이 없어 이름을 적을 수도 없고, 리뷰가 없으니 별점도 없다. 현지 친구가 곧 지도이자 예약이자 통역인 자리다.
위치는 아래에 좌표로 남겨 둔다. 다만 좌표를 안다고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간판도 없고 메뉴판도 없으니, 현지인과 함께 가는 걸 권한다.
📍 Trà Tân, Đức Linh, Bình Thuận · 11.07225°N, 107.49140°E (현지인 동행 권장)
| 방문 기록 | |
|---|---|
| 지역 | 짜떤, 빈투안성 득린군 (호 떤 하 저수지 인근) |
| 본 것 | 야자수 마당·정자 좌식, 계란부침·개구리·달팽이·채소(데친 콩·생 당근·양파), 테이블의 구운 캐슈넛 |
| 캐슈 편과의 순서 | 이 밥상이 먼저다. 득린 2023-12-01 · 빈프억 2024-03-29 |
| 접근 | 간판·지도 리뷰 없음. 현지 친구 안내로 방문 |
| 방문 | 2023년 10월 26일 |
이 글은 Vietnam Archive 시리즈 37편입니다. 이전 편은 라응아 강 뗏목 식당, 다음 편은 하노이 Vườn Bia 대형 비어가든입니다. 관광지뿐 아니라 베트남에서 직접 만난 거리, 음식, 농장 그리고 평범한 일상의 장면들을 기록합니다. 짧은 사진 기록은 틱톡 @the8842과 인스타그램 @michaelhan1004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