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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Vườn Bia, 식사가 아니라 일을 하러 찾았던 대형 비어가든

전날 저녁에야 주소를 받고 아침에 찾아간 하노이의 대형 비어가든. 맥주를 마시러 간 게 아니라, 저녁 장사만 하는 이곳의 비어 있는 오전 주방 시간을 보러 갔습니다.

하노이 Vườn Bia, 식사가 아니라 일을 하러 찾았던 대형 비어가든

하노이에 있을 때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다음 날 오전에 외식사업 관련 일정이 하나 잡혔다고 했다.

그런데 그날까지도 어디로 가는지는 몰랐다. 시간만 먼저 들었고 실제 주소는 전날 저녁에야 받았다. 하노이에서 이런 식으로 일정이 잡히는 게 아주 낯설지는 않았다. 큰 틀만 먼저 정해지고 장소와 시간이 뒤늦게 확정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받은 주소를 지도에서 열어보니 당시 살던 집에서 차로 20분쯤 되는 거리였다. 다음 날 아침에 맞춰 집을 나섰다.

아침부터 비어가든

도착한 곳 간판에는 Vườn Bia Hà Nội라고 적혀 있었다.

솔직히 조금 의외였다. 비어가든이라고 하면 보통 저녁을 떠올린다. 사람이 몰리고, 맥주잔이 오가고, 단체 손님이 앉는 시간. 그런데 우리가 보러 온 건 영업이 시작되기 전의 오전이었다.

도착하니 회사 대표인 친구가 이미 먼저 와 있었다.

정문 위로 Heineken Silver, Trúc Bạch, Sapporo, Budweiser 간판이 한꺼번에 걸려 있다. 한 브랜드의 매장이 아니라 여러 맥주가 한자리에 모인 복합 외식 공간이라는 게 입구에서부터 드러난다. 앞마당은 그대로 넓은 주차장이다.

홀이 끝이 안 보인다

안으로 들어가면 규모가 실감 난다.

목조 기둥과 긴 나무 테이블이 줄지어 선 대형 홀

굵은 목조 기둥이 늘어서고, 그 사이로 긴 나무 테이블이 줄줄이 이어진다. 천장에는 빨간 랜턴이 매달렸고, 홀 한가운데엔 큰 나무가 그대로 서 있다. 낮 시간이라 손님이 없었는데, 오히려 그 덕에 빈 홀의 크기가 고스란히 보였다. 사람으로 꽉 찬 저녁이었다면 전체 규모를 한눈에 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맥주 브랜드 사인과 무대 조명이 걸린 바 구역

한쪽에는 목조 바가 있고, 맥주 냉장고와 브랜드 사인이 벽을 채운다. 천장에는 무대용 조명과 트러스가 걸려 있었다 — 단순한 술집이 아니라 공연·행사까지 염두에 둔 구조라는 뜻이다.

규모 (공개 자료 기준)

공개된 자료로 확인되는 규모는 이렇다. 약 3,000㎡ 면적에 600~700명 수준을 수용하고, 단체 행사와 공연, 별도의 VIP룸을 갖춘 곳으로 소개된다. (이 수치는 업장 공개 정보 기준이라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아래부터는 내가 직접 본 것만 적는다.)

내가 본 것만 추리면 — 여러 맥주 브랜드가 한 공간에 모여 있고, 긴 공용 테이블이 홀을 가득 채우며, 무대 조명이 상시 설치돼 있고, 안쪽에는 별도의 방이 있었다.

그 별도의 방

금색 원형 테이블과 조각 의자가 놓인 VIP룸

VIP룸은 홀과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금색으로 조각된 큰 원형 테이블과 등받이 의자, 벽에는 오토바이 장식과 와인 셀러. 큰 홀이 ’많은 사람’을 위한 공간이라면, 이 방은 ‘조용히 앉아 이야기하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사실, 이 방이 이날의 진짜 자리였다.

우리가 보러 간 건 홀이 아니라 비어 있는 시간이었다

이 정도 시설을 둘러보면서 내 눈에 제일 크게 들어온 건 홀의 크기가 아니었다.

이 시설이 오전에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들은 바로는 이곳은 주방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시간이 대략 낮 12시 전후부터였다. 저녁 장사가 중심인 대형 비어가든이다 보니 오전에는 홀도 비어 있고 주방도 준비 전이다. ℹ️ 가동 시간은 그날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이고 내가 시계로 확인한 것은 아니다.

영업장 입장에서 오전은 놀고 있는 시간이다. 그런데 새로운 외식 브랜드를 준비하는 쪽에서 보면 같은 시간이 쓸 수 있는 생산시간이 된다.

새 주방을 하나 만드는 대신

외식 브랜드를 시작한다고 무조건 새 매장을 내야 하는 건 아니다.

매장을 내면 먼저 공간이 필요하다. 임대료가 나가고, 주방설비를 설치하고, 냉장·냉동고를 들이고, 가스와 전기, 배수, 후드, 작업대, 집기까지 갖춰야 한다. 나는 한국에서 로스터리 카페와 로스팅 공장을 직접 차려본 사람이라 이 목록이 머릿속에서 바로 견적으로 바뀐다. 제품이 시장에서 통할지도 모르는 단계에서 감당하기에는 적지 않은 돈이다.

그래서 당시 검토한 방식은 달랐다. 이미 돌아가고 있는 외식업장의 주방을, 그 집이 안 쓰는 시간에 빌려 쓰는 것.

Vườn Bia처럼 밤 장사가 중심인 곳이라면 오전에 쓰지 않는 주방 시간이 생긴다. 그 시간에 제품을 만들거나 시험할 수 있다면, 매장을 처음부터 하나 세우는 것보다 부담이 훨씬 적다.

공유주방이 아니라 ‘시간을 나눠 쓰는 주방’

지금 말로 하면 공유주방이 제일 이해하기 쉽다. 다만 일반적인 공유주방과는 조금 달랐다.

일반 공유주방 이날 검토한 방식
나누는 것 공간 — 한 건물에서 각자 작은 주방을 빌린다 시간 — 실제 영업주방을 그 집이 안 쓰는 시간에 쓴다
설비 공유주방 사업자가 갖춘 것 기존 식당이 이미 투자해 둔 설비

이렇게 되면 초기 투자비를 줄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이미 들어간 설비를 그대로 활용하게 된다.

지역 거점이 될 수도 있었다

생각은 “여기서 몇 번 요리해보자” 수준이 아니었다.

이런 공간을 여러 지역에 확보할 수 있다면 각각이 작은 거점이 될 수 있었다. 어느 지역에서 주문이나 테스트가 필요하면 그 지역 외식업장과 협력해 오전 유휴시간을 쓴다. 대형 매장을 계속 만들지 않고도 생산과 테스트 범위를 넓히는 그림이다.

물론 실제로 굴리려면 풀어야 할 게 많다. 원료 보관, 작업자 동선, 위생 관리, 기존 식당과의 시간 충돌, 제품 품질의 표준화. 그래도 아이디어 자체는 흥미로웠다.

그래서 이날은 식당 방문이 아니라 이 모델이 현장에서 가능한지 보러 간 일정이었다.

그래서 주방으로 들어갔다

홀을 다 둘러본 뒤 일정은 테이블에서 끝나지 않았다. 실제로 주방에 들어가 준비하던 메뉴를 직접 만들어봤다. 그 이야기는 다음 편으로 따로 적었다 — 매장을 내지 않고 남의 주방을 빌렸다.

나는 이곳에서 맥주를 제대로 마신 기억보다 아침의 텅 빈 홀을 더 선명하게 기억한다. 밤이면 수백 명이 앉는 공간, 브랜드 사인이 가득한 바, 공연용 조명, 별도의 VIP룸, 그리고 아직 시작되지 않아 조용하던 주방.

그날 우리가 보고 있던 건 그 빈 시간이었다.

📍 Vườn Bia Hà Nội, Hà Nội, Vietnam

방문 기록
지역 하노이 · 당시 거주지에서 차로 약 20분
시기 2024년의 어느 날 오전
목적 관광·식사 아님 — 오전 유휴 주방 시간 활용 모델 검토
일정이 잡힌 방식 시간만 먼저 듣고 주소는 전날 저녁에 받음
본 것 여러 맥주 브랜드 사인, 대형 공용 홀·목조 구조, 무대 조명·트러스, 넓은 주차장, 별도 VIP룸
들은 것 주방 본격 가동은 낮 12시 전후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 직접 확인 아님)
규모 약 3,000㎡ · 600~700명 수용 (공개 자료 기준, 변동 가능)
안 적은 것 회사명 · 준비하던 브랜드와 제품 · 협의 조건 — 회사 영업정보라 쓰지 않는다

이 글은 Vietnam Archive 시리즈 38편입니다. 이전 편은 짜떤 시골 식당입니다. 관광지뿐 아니라 베트남에서 직접 만난 거리, 음식, 농장 그리고 평범한 일상의 장면들을 기록합니다. 짧은 사진 기록은 틱톡 @the8842과 인스타그램 @michaelhan1004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