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슈넛은 열매 밑에 한 알씩 매달려 있었다 — 호치민에서 두 시간, 빈프억 황토밭
호치민에서 차로 두 시간, 빈프억 붉은 황토밭. 노란 캐슈애플 아래 회색 너트가 한 알씩 달려 있었다. 입구는 고무나무, 안쪽은 캐슈. AT&T 빈프억이 운영하는 농장 방문 기록.

앞 편(Sen Núi 협동조합 공장)에서 자루째 쌓인 원물과 등급별로 나뉜 봉지를 봤다. 끝에 이렇게 적었다 — 캐슈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고. 다른 지역의 농장을 이어서 기록하겠다고.
그 “다른 지역”이 여기다. 빈프억(Bình Phước)의 붉은 황토밭. 협동조합이 있던 빈투안과는 다른 곳, 다른 회사다.
여기서 처음 알았다. 캐슈넛은 열매 하나에 한 알씩, 그것도 열매 ’밑’에 매달려 자란다. 봉지 속 하얀 알맹이만 보던 사람에게는 좀 이상한 광경이었다.
호치민에서 두 시간, 읍내 같은 동네
이 농장은 호치민에서 차로 갔다.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쯤 걸렸던 걸로 기억한다.
도착한 동네는 한국으로 치면 읍 소재지 같은 느낌이었다. 번화하지 않고, 넓고, 조용한 시골. 캐슈 가공 공장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그 회사가 운영하는 농장까지 함께 들어갔다. 혼자였다면 애초에 찾아갈 수 없는 곳이다.

멀리 산 능선이 보이고, 마른 풀이 노랗게 깔린 사이로 붉은 흙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이 붉은색이 이 동네의 바탕색이다.
입구는 고무나무였다
농장 입구로 들어가는 길부터 인상적이었다. 양옆으로 곧게 뻗은 나무가 터널처럼 하늘을 덮고, 바닥은 붉은 흙길이었다.

이 나무는 캐슈나무가 아니라 고무나무다. 줄기마다 채취용 띠가 비스듬히 감겨 있는 게 보인다. 인도네시아 같은 곳에서도 흔히 기르는 그 고무나무. 빈프억은 고무와 캐슈가 함께 나는 지역이라, 캐슈밭에 닿기 전 이렇게 고무나무 길을 먼저 지난다.
착각하기 쉬워서 짚어둔다. 입구의 곧고 키 큰 나무 = 고무나무. 캐슈나무는 그 길을 지나 안쪽에 있고, 생김새가 전혀 다르다.
붉은 흙과 굽은 나무
길을 따라 들어가면 캐슈밭이 나온다. 고무나무의 곧은 수형과 달리, 캐슈나무는 키가 낮고 가지가 사방으로 굽어 뻗는다. 한 그루가 옆으로 넓게 퍼져서, 나무와 나무 사이로 붉은 흙바닥이 훤히 드러난다.

흐린 날이었다. 잎사귀 사이로 하늘이 하얗게 새고, 나무 그늘 아래는 어둑했다. 정돈된 관광 농장이 아니라, 실제로 수확하는 밭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캐슈는 열매 ’밑’에 한 알씩 달린다
여기가 이 농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다.
캐슈나무에는 노랗게 익은 통통한 열매가 달린다. 사과처럼 생겨서 흔히 ’캐슈애플’이라고 부르는 부분이다. 그런데 그 열매 아래쪽에, 회색빛 껍질에 싸인 알맹이 하나가 매달려 있다. 그게 우리가 아는 캐슈넛이다.

땅에 떨어진 것을 가까이서 보면 구조가 확실히 보인다. 노란 열매 하나에 너트는 딱 한 알. 열매 위나 속이 아니라 열매 바깥 아래에 붙어 있는 게 특이하다. 익으면 열매째 툭 떨어지고, 밭 곳곳에 이렇게 노란 열매와 회색 너트가 나뒹군다.

봉지 속 하얀 캐슈 한 알이 되기까지, 시작은 이 한 장면이다. 열매 밑에 달린 회색 알 하나 → 껍질 벗기고 → 말리고 → 등급 나누고. 앞 편 공장에서 본 자루와 봉지가, 결국 이 밭에서 시작된다.
밟으면 부슬부슬 흩어지는 흙
캐슈밭에서 계속 눈에 밟힌 건 결국 흙이었다.

밟으면 가볍게 뭉쳤다가 이내 부슬부슬 털어지는, 물기 적은 붉은 흙. 한국의 진득한 황토와는 촉감이 달랐다. 이 붉은 흙이 캐슈와 고무가 함께 자라는 이 지역의 바탕이다.
방문 후 찾아본 것
여기부터는 다녀온 뒤 따로 찾아본 정보다. 본 것과 섞이지 않게 나눠 둔다. (아래 내용은 시점·자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참고용이다.)
- 안내해 준 회사는 AT&T 빈프억(Công ty Cổ phần Thực phẩm AT&T Bình Phước)이라는 캐슈 가공 업체였다. 사업자 등록상 주 업종이 캐슈넛 가공으로 되어 있다.
- 소재지는 빈프억성 프억롱(Phước Long), 프억빈(Phước Bình) 일대다. (아이폰 사진에도 그 지역으로 위치가 찍혀 있었다.)
- 취급 품목에는 W180·W210·W320 같은 캐슈 커널 등급이 포함돼 있고, 내수뿐 아니라 해외로 수출한 기록도 확인된다.
- 현장에서는 이 회사가 베트남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선별·가공 공장 중 하나라고 안내받았다. (내가 검증한 사실이 아니라, 관계자에게 들은 이야기다.)
앞 편의 협동조합이 “아직 내수뿐, 수출은 앞으로”였다면, 이곳은 이미 밖으로 내보내고 있는 셈이다. 같은 캐슈라도 규모와 지향이 이렇게 다르다.
정문에서 선별 공정까지, 이 회사의 공장 안쪽 이야기는 다음 편 — 캐슈 한 알을 손으로 골라내던 대형 가공공장에서 이어서 기록한다.
📍 Phước Bình, Phước Long, Bình Phước, Vietnam · 2024년 3월 29일 방문
| 방문 기록 | |
|---|---|
| 지역 | 빈프억성 프억롱 프억빈 (호치민에서 차로 약 1시간 30분~2시간) |
| 본 것 | 고무나무 진입로, 캐슈 과수원, 열매에 달린 캐슈넛, 붉은 황토 |
| 안내 | 캐슈 가공 회사(AT&T 빈프억) 관계자 동행 |
| 방문 | 2024년 3월 29일 오후 |
이 글은 Vietnam Archive 시리즈 34편입니다. 이전 편은 Sen Núi 협동조합 공장이고, 다음 편은 빈프억 AT&T 가공공장입니다. 관광지뿐 아니라 베트남에서 직접 만난 거리, 음식, 농장 그리고 평범한 일상의 장면들을 기록합니다. 짧은 사진 기록은 틱톡 @the8842과 인스타그램 @michaelhan1004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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