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던 떠이티엔, 케이블카를 타고 산속으로
빗속에 떠이티엔(Tây Thiên) 케이블카를 타고 산 위 사원으로 올라간 기록. 등이 이어진 산 아래 길, POMA 캐빈, 비로 30분 멈춘 케이블카, 그리고 그날 실제로 낸 요금까지.

떠이티엔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비가 이렇게까지 올 줄은 몰랐다.
반얀나무 아래 주황색 문을 지나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케이블카 승강장이 나온다. 산 위 사원까지 걸어 올라갈 수도 있지만, 나는 케이블카를 탔다.
산 아래, 등이 이어진 길
승강장으로 들어가는 광장에는 붉은 안내 조형물이 서 있었다.

GIÁP THÌN / TÂY THIÊN 2024.
Giáp Thìn(갑진)은 2024년의 간지다. 베트남도 십이지를 쓰기 때문에 2024년은 용의 해였고, 조형물 왼쪽에도 용이 붙어 있다. 한국에서 ’갑진년’이라고 부르는 그 해를, 여기서는 이렇게 산 입구에 세워두고 있었다.
바닥 돌은 이미 다 젖어 있었다. 오른쪽에 번호 10번을 붙인 전동카가 서 있고, 뒤쪽 계단 위로는 붉은 기와지붕이 보인다.
산 아래에서 케이블카 승강장까지는 이 전동카로 이동할 수 있다.

가는 길 위로는 등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붉은 등과 노란 등이 번갈아 매달리고, 그 위로는 여러 색 깃발이 줄줄이 걸려 있다. 오른쪽 비탈은 온통 초록이고, 왼쪽 보도는 비에 젖어 검게 번들거렸다.
사진으로 다시 보면 상당히 화려한데, 실제로 걸어 들어갈 때는 오히려 조용했다.
관광지의 장식이라기보다 오랫동안 사람들이 기도하러 오가던 길에 들어선 느낌에 가까웠다.
케이블카 승강장

승강장 안은 붉은 기둥과 붉은 벽으로 되어 있고, 그 사이를 캐빈이 천천히 돌아 나온다.
캐빈에도, 위쪽 구동부에도 POMA 라고 적혀 있다. 프랑스 삭도 제작사다. 노란 캐빈에는 12번, 옆으로 붉은 캐빈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오른쪽 벽에는 KHU VỰC CẤM — 출입 금지 구역 표지판.
숲 위를 지나며
캐빈에 올라타자 아래에서 보던 떠이티엔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산 전체가 거의 숲이었다. 그 사이사이로 오래된 사원의 붉은 지붕이 잠깐씩 보이고, 캐빈은 그 위를 지나간다.
맑은 날이었다면 멀리까지 산세가 보였을 것이다. 이날은 능선이 구름에 잘려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이 날씨가 떠이티엔과 더 잘 어울렸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비가 쏟아졌다
올라갈수록 비가 훨씬 강해졌다.

창에는 빗물이 계속 흘러내렸고 산은 점점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창밖을 제대로 보기 힘들 정도였는데, 그 흐린 유리 너머로 반대편에서 내려오는 붉은 캐빈과 능선 위 붉은 지붕이 스쳐 지나갔다.
결국 비 때문에 케이블카 운행이 30분쯤 멈췄다.
완벽하게 맑은 날의 풍경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그날 실제로 본 떠이티엔은 이런 모습이었다. 그래서 사진에서 굳이 비를 지우거나 맑은 하늘처럼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
산 위의 떠이티엔
케이블카에서 내려서도 비는 계속됐다.

젖은 돌바닥, 오래된 담장, 숲속의 사원.
돌담 위로 붉은 기와지붕이 올라앉아 있고, 담 앞쪽 벽면에는 격자무늬와 조각을 새긴 석판이 길게 이어진다. 좌우로는 불교 오색기가 젖은 채 서 있었다.
담 아래 노란 안내판에는 NỘI QUY — 방문 수칙. 관람 시설이 아니라 사람들이 예를 갖추고 들어오는 곳이라는 걸 입구에서부터 알려주는 판이다.

돌아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조금 전까지 타고 올라온 케이블카가 숲 위를 지나가고 있었다. 붉은 캐빈 두 대가 줄 위에 매달려 있고, 그 아래로 사원의 붉은 기와지붕들이 나무 사이에 흩어져 있다. 능선 위로는 구름이 계속 넘어왔다.
그리고 우산을 쓰고 기도하러 이동하는 사람들.
이날은 가족 단위 방문객이 유난히 많았다. 부모님을 모시고 온 가족,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이 비가 오는데도 계속 산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사진을 찍는 사람보다 향을 피우고 기도하는 사람이 훨씬 많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내가 머무는 동안, 주변을 몇 번을 둘러봐도 외국인은 나 혼자였다. ㅋㅋㅋ
유명 관광지에서 외국인을 보는 건 전혀 특별한 일이 아닌데, 여기서는 분위기가 달랐다. 누군가를 위해 만들어 놓은 베트남이 아니라, 현지 사람들이 살아가는 베트남의 한 장면 안에 잠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그날 낸 돈
실제로 지불한 금액이다. 2024년 5월 기준.
| 케이블카 왕복 (성인) | 240,000 VND |
| 전동카 왕복 | 40,000 VND (편도 20,000) |
| 합계 | 약 280,000 VND |
| 차량 대절 (기사 포함·12시간) | 1,500,000 VND |
차량은 떠이티엔만 보려고 부른 게 아니라 하루를 통째로 빌린 것이다. 덕분에 땀다오에서 시간을 보내고 떠이티엔까지 이동한 뒤 다시 돌아오는 일정을 비교적 자유롭게 잡을 수 있었다. 여러 명이 함께 움직인다면 꽤 괜찮은 방식이다.
나중에 찾아본 것
아래는 그날 확인한 게 아니라 돌아와서 운영사 안내를 찾아본 내용이다. 요금과 운영시간은 시기·프로모션에 따라 바뀌니 방문 전에 다시 확인하시는 게 좋다.
- 떠이티엔 케이블카는 길이 약 2.48km로, 산 아래에서 위쪽 사원 구역까지 연결한다.
- 현재 안내 기준 성인 왕복 260,000 VND, 전동카 편도 20,000 VND, 케이블카+전동카 왕복 세트(Combo Khứ Hồi) 300,000 VND.
- 운영시간 07:00~17:30.
- 운영사는 Đền Thõng, Đền Cậu, Đền Cô, Chùa Tây Thiên, Đền Thượng Quốc Mẫu 같은 여러 지점을 하나의 떠이티엔 동선으로 소개한다. 떠이티엔이 사원 하나가 아니라 산을 따라 이어지는 순례지에 가깝다는 뜻이다.
비 때문에 더 기억에 남은 곳
떠이티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특정 사원 하나가 아니다.
창을 타고 흐르던 빗물, 안개 속으로 사라지던 산, 숲 사이로 잠깐씩 나타나던 붉은 지붕. 그리고 비가 오는데도 가족들과 함께 산을 올라가 기도하던 사람들.
케이블카가 30분 멈췄던 것까지 포함해서, 지금 생각하면 그날의 떠이티엔은 날씨가 나빴던 여행지가 아니라 비가 왔기 때문에 더 떠이티엔다웠던 하루로 남아 있다.
📍 Tây Thiên, Vĩnh Phúc, Vietnam · 2024년 5월 21일
이 글은 Vietnam Archive 시리즈 19편입니다. 이전 편은 땀다오에서 떠이티엔으로이고, 다음 편은 베트남 최고 등급 유적, 떠이티엔 국모 사당입니다. 관광지뿐 아니라 베트남에서 직접 만난 거리, 음식, 카페 그리고 평범한 일상의 장면들을 기록합니다. 짧은 사진 기록은 틱톡 @the8842과 인스타그램 @michaelhan1004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