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슈넛은 이 작은 꽃에서 시작된다 — 베트남 빈투안 캐슈 농장
빈투안 Đức Hạnh의 캐슈넛 농장을 직접 걸은 기록. 봉지 속 견과류가 되기 전의 꽃, 수십 년 된 노목, 모래가 섞인 흙, 그리고 이제 막 심은 묘목까지.

베트남에서 캐슈넛은 흔하다.
마트에도 있고 호텔이나 카페에서도 간식처럼 나온다. 나도 여러 번 먹었다. 그런데 정작 그게 어떤 나무에서,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이번에 찾아간 곳은 베트남 남부 빈투안(Bình Thuận) 지역 Đức Hạnh의 캐슈넛 농장. Sen Núi 협동조합에 속한 농가다.
어떻게 갔나 — 호치민에서 차를 하루 빌렸다
득린(Đức Linh)은 호치민에서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 애매한 곳이다. 그래서 기사가 포함된 차를 하루 빌려서 갔다. 호치민 1군의 묵고 있던 호텔 앞에서 오전 9시에 출발했고, 차는 토요타 포추너였다.
차량 요금은 1,800,000동. 이 구간은 여러 번 다녔는데, 기록으로 확인되는 금액은 그때마다 같았다.
예약은 현지 차량 서비스에 메신저로 넣었다. 목적지를 말하면 기사가 사장에게 확인해 금액을 알려주는 방식이었고, 요금은 기사에게 현금으로 냈다.
⚠️ 2023년 12월 기준이다. 업체·차종·시즌에 따라 달라진다.
농부가 먼저 보여준 것
농장에 도착했을 때 눈에 들어온 건 큰 열매가 아니었다.
농부가 나뭇가지 하나를 끌어당겨 작은 꽃을 보여줬다.
멀리서 보면 새순인지 꽃인지도 구분이 안 될 만큼 작다.

가까이에서 보면 색이 보인다. 연한 분홍빛 봉오리가 여러 개 모여 있고, 그중 하나가 흰 꽃으로 피어 있다. 한 가지에 봉오리가 여럿 달리고 그중 일부만 꽃이 된다.
봉지에서 한 알씩 꺼내 먹던 그것과 눈앞의 이 꽃을 이어 붙여 생각하니 좀 이상했다. 시작이 이렇게 작을 줄은 몰랐다.
과수원이라기보다 숲에 가까웠다
농장 안쪽으로 들어가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오래된 캐슈나무는 내가 아는 과수원 나무와 전혀 달랐다. 줄기가 곧게 올라가는 게 아니라 굵은 가지들이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어떤 가지는 아예 땅에 누워 있었다. 사진 앞쪽에 가로로 뻗은 게 가지 하나다. 나무 사이를 걸으면 가지와 가지가 얽혀서 작은 숲을 지나는 느낌이 든다.
정돈된 관광농원이 아니라 오래 그 자리에 있어 온 농장의 모습이었다. 농부는 이 가운데 수십 년 된 나무도 있다고 했다.
손으로 만져본 흙

한 줌 떠서 만져봤다.
손가락 사이로 바로 흘러내렸다. 뭉쳐지지 않고, 알갱이가 굵게 씹히듯 만져진다. 손에 남는 것도 거의 없었다.
밭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손에 달라붙는 그 느낌이 아니었다.
현지에서는 이 땅을 사토(모래흙)라고 했다.
이런 데서 나무가 자란다는 게 사진으로 볼 때보다 훨씬 실감이 났다. 발밑도 내내 이런 상태였고, 마른 낙엽이 그 위에 두껍게 깔려 있었다.
아직 열매가 아닌 것들

어린 가지에는 새잎과 꽃대가 함께 올라오고 있었다.
진한 초록 잎 사이로 연두색 줄기가 길게 뻗고, 끝에 아직 피지 않은 봉오리가 달려 있다.
수확철 사진만 보면 열매가 한꺼번에 달리는 것 같지만, 농장에서는 이런 작은 변화가 몇 달에 걸쳐 이어진다. 나무마다 상태가 다르고, 같은 농장 안에서도 꽃 피는 시기가 제각각이었다.
농부는 매년 이 작은 변화를 지켜보며 수확 시기를 기다리는 셈이다.
그리고 이제 막 심은 것들

농장 한쪽은 풍경이 완전히 달랐다.
넓은 모래땅에 어린 묘목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심어져 있다. 아직 무릎 높이도 안 되는 것들이다. 나무 그늘이 없으니 땅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흙 색이 조금 전 손에 쥐었던 것과 같다.
이 묘목들이 앞에서 본 그 거대한 나무가 된다. 물론 심었다고 다음 해부터 열매가 나오는 건 아니다. 본격적인 수확까지는 몇 년이 걸린다.
수십 년 된 노목과 이제 막 심은 묘목을 같은 날 한 농장에서 봤다.
하나는 이 농장의 과거고, 다른 하나는 앞으로의 농장이었다.
Sen Núi 협동조합
이번에 방문한 농가는 Sen Núi 협동조합 소속이다.
현장에서 받은 자료 기준으로 협동조합에는 16개 농가가 참여하고 연간 약 192톤 규모를 생산하며, VietGAP 인증 체계로 관리된다고 했다. 개별 농가가 각자 하는 게 아니라 생산·품질 기준을 공유하는 구조다.
이 부분은 그날 들은 설명이라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음 이야기
농장에서 본 건 시작에 불과하다.
꽃이 열매가 되고, 수확을 하고, 껍질을 벗기고, 사람 손으로 골라내고, 그다음에야 우리가 아는 그 한 알이 된다.
그 과정을 차례로 봤다. 협동조합에서 제품이 되기까지, 다른 지역의 농장, 그리고 사람 손으로 골라내는 선별 공장까지. 이어서 하나씩 기록한다.
그래서 이제 캐슈넛을 보면 조금 다른 게 떠오른다. 한 줌 집어 먹고 끝나는 작은 견과류지만, 그 한 알 뒤에는 모래가 섞인 땅과 수십 년 된 나무, 손톱만 한 꽃, 그리고 몇 년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 Đức Hạnh · Đức Linh · Bình Thuận, Vietnam · 2023년 12월 1일
| 농가 | Sen Núi 협동조합 소속 |
| 인증 | VietGAP |
| 참여 농가 | 16곳 |
| 생산 규모 | 연 약 192톤 |
| 방문 | 2023년 12월 1일 낮 |
※ 협동조합 관련 수치는 방문 당시 현장에서 안내받은 내용이다.
이 글은 Vietnam Archive 시리즈 21편입니다. 이전 편은 베트남 최고 등급 유적, 떠이티엔 국모 사당이고, 다음 편은 베트남 임시거주 등록, 관공서 없이 이틀입니다. 관광지뿐 아니라 베트남에서 직접 만난 거리, 음식, 카페 그리고 평범한 일상의 장면들을 기록합니다. 짧은 사진 기록은 틱톡 @the8842과 인스타그램 @michaelhan1004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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