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tnam Archive·

베트남 룽호아 로컬 닭요리: 삶고 튀기고 볶아 먹은 현지식 한 상

베트남 빈푹성 빈뜨엉 지역 룽호아에서 방문한 로컬 닭요리 식당. 삶은 닭부터 바삭하게 튀긴 닭, 양념한 닭과 현지 채소요리까지 직접 먹어본 한 끼를 기록했습니다.

베트남 룽호아 로컬 닭요리: 삶고 튀기고 볶아 먹은 현지식 한 상

전날에는 이 지역의 닭농장을 둘러봤다.

그리고 다음에는 같은 룽호아(Lũng Hòa) 지역에서 현지 사람들이 찾는 닭요리 식당으로 향했다.

하노이나 다낭의 관광지에서 쉽게 만나는 베트남 음식점과는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메뉴의 중심은 닭이었다.

한 가지 조리법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삶고, 튀기고, 양념하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조리한 닭요리가 한 상에 차려졌다.

룽호아 로컬 식당에서 여러 부위를 삶아 채소와 함께 차려낸 닭요리

관광지 밖에서 만난 베트남의 식탁

여행을 하다 보면 유명한 음식이나 유명 식당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식사는 조금 달랐다.

무엇을 먹어야 할지 검색해서 찾아간 관광객용 맛집이라기보다, 이 지역 사람들이 실제로 식사하러 오는 곳에서 함께 한 끼를 먹는 느낌에 가까웠다.

식당의 메뉴판부터 그랬다. 간판과 메뉴판에 적힌 가게 이름은 Vua Gà Tươi Mạnh Hoạch. 이름에 아예 ’닭(Gà)’이 들어가 있는, 닭이 주인공인 집이다.

룽호아 닭요리 식당의 베트남어 메뉴판

메뉴판에는 닭요리가 여러 종류로 나뉘어 있었고 그 외에도 다양한 고기와 볶음요리, 채소요리가 적혀 있었다.

영어 메뉴는 없다. 대신 몇 단어만 알면 대강의 지도는 그려진다. 메뉴판 기준으로:

  • — 닭. 이 집 메뉴판의 절반이 이 글자로 시작한다
  • Gà đồi — 언덕에 풀어 키운 닭이라는 뜻. 로컬 식당에서 자주 보이는 표현이다
  • Lợn — 돼지, Chim câu — 비둘기 요리
  • Các món xào — 볶음 요리 모음
  • Rau theo mùa — 제철 채소. 이날 먹은 채소볶음도 여기서 나왔을 것이다

베트남어로 가득한 메뉴판을 보고 있으면 관광지의 식당에 들어왔을 때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 든다. 그래도 이 정도 단어만 짚으면, 손짓과 숫자로 주문은 어떻게든 된다.

룽호아 로컬 닭요리 식당 입구

화려하게 꾸며진 레스토랑보다는 현지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식사하기 좋은 곳에 가까웠다.

위치도 그랬다. 외진 시골길에 있는 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시내 중심가도 아니다. 그 중간쯤 — 지역 사람들이 차를 타고 모여드는 자리에 있다.

삶은 닭부터 시작한 한 상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노란빛이 선명한 닭요리였다.

노란 껍질과 허브를 곁들여 큼직하게 잘라낸 베트남식 닭요리

닭 한 마리를 큼직하게 잘라 접시에 담고 그 위에 가느다란 허브를 올렸다.

한국에서 흔히 보는 닭백숙이나 삼계탕처럼 국물과 함께 나오는 방식이 아니라, 익힌 닭 자체를 접시에 차려 여러 사람이 나눠 먹는 모습이었다.

같은 닭이라는 재료도 나라와 지역에 따라 먹는 방식이 달라진다는 게 재미있다.

그리고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바삭하게 튀겨낸 닭요리

두 번째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향신 재료와 함께 바삭하게 튀겨낸 룽호아 닭요리

닭을 바삭하게 튀겨낸 뒤 가느다란 향신 재료를 수북하게 올린 요리가 나왔다.

삶은 닭이 재료 자체의 맛을 중심으로 하는 음식이라면, 이쪽은 튀김의 식감과 향이 훨씬 강하게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한 식탁에서 같은 닭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먹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양념해서 볶아낸 닭

또 다른 접시에는 진한 색의 양념이 입혀진 닭이 나왔다. 이 글 맨 위의 그 접시다.

윤기가 도는 양념 위로 깨가 뿌려져 있고, 허브와 함께 닭의 여러 부위가 한 접시에 담겨 있었다.

삶은 닭, 튀긴 닭, 양념한 닭.

재료는 하나인데 접시가 바뀔 때마다 전혀 다른 음식처럼 보였다.

한국에서도 닭을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먹지만, 베트남의 로컬 식당에서 여러 조리법을 한꺼번에 접하니 또 다른 느낌이었다.

닭만 먹는 식탁은 아니었다

닭요리 사이에는 현지 채소를 볶은 음식도 함께 나왔다.

꽃과 잎채소를 함께 볶아낸 베트남 현지 채소요리

고기요리가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이런 초록색 채소 한 접시가 들어가니 식탁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베트남에서 여러 사람과 식사를 하다 보면 한 사람이 한 접시를 주문해 먹는 것보다, 여러 요리를 가운데 놓고 함께 나눠 먹는 모습을 자주 만나게 된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큰 접시에 담긴 닭과 채소요리를 가운데 놓고 하나씩 덜어 먹었다.

전날 봤던 닭농장, 그리고 다음 날의 식탁

이번 식사가 조금 더 기억에 남았던 이유가 하나 있다.

바로 전날 같은 지역에서 닭농장을 봤기 때문이다.

여행 중 우연히 지역의 닭농장을 보고, 다음에는 같은 지역의 로컬 식당에서 다양한 닭요리를 먹었다.

농장과 식당이 직접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한 지역의 일상과 음식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보였던 경험이었다.

관광지만 따라다녔다면 아마 만나지 못했을 장면이다.

유명 맛집보다 기억에 남는 한 끼

이 식당을 찾아간 이유가 유명 관광지 근처의 맛집이어서도 아니었고, SNS에서 유명해서도 아니었다.

그냥 룽호아라는 지역에서 현지 사람들과 먹었던 한 끼였다.

그래서 더 Michael Archive에 남기고 싶었다.

베트남 여행을 떠올리면 쌀국수나 반미처럼 누구나 알고 있는 음식이 먼저 생각나지만, 실제로 여러 지역을 다니다 보면 그것보다 훨씬 다양한 음식과 식사 방식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런 경험은 유명 관광지에서 조금 벗어났을 때 더 자주 나타난다.

이날의 식탁도 그중 하나였다.

📍 Lũng Hòa, Vĩnh Tường, Vĩnh Phúc, Vietnam

정리

룽호아에서 먹은 닭요리는 특별히 화려한 코스요리는 아니었다.

삶은 닭, 튀긴 닭, 양념한 닭 그리고 함께 나온 현지 채소.

하나의 재료를 여러 방식으로 조리해 큰 접시에 담고 여러 사람이 함께 나눠 먹었다.

전날에는 같은 지역의 닭농장을 보고, 이번에는 현지 식당에서 닭요리 한 상을 만났다.

관광지를 따라가는 여행에서는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사진을 다시 보면 유명한 관광지보다 이런 평범한 한 끼가 당시의 여행을 더 구체적으로 떠올리게 한다.

어쩌면 여행에서 가장 오래 기억되는 음식은 유명한 맛집의 한 접시가 아니라, 그 지역에서 사람들과 함께 먹었던 평범한 한 끼인지도 모르겠다.


이 글은 Vietnam Archive 시리즈 15편입니다. 이전 편 룽호아의 닭농장에서 이어지며, 다음 편 빈옌의 저녁 산책과 커피로 이어집니다. 관광지뿐 아니라 베트남에서 직접 만난 거리, 음식, 카페와 평범한 일상을 기록합니다. 짧은 사진 기록은 틱톡 @the8842인스타그램 @michaelhan1004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