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빈푹 닭농장 방문 기록: 룽호아에서 본 관광지 밖의 일상
베트남 빈푹성 빈뜨엉 지역 룽호아에서 우연히 들어가 본 닭농장. 초록 슬랫 바닥 위에 모여 있던 수많은 닭과 해 질 무렵 농장 바깥 풍경까지, 관광지 밖에서 만난 베트남의 평범한 일상을 기록했습니다.

빈푹성 룽호아(Lũng Hòa)에서 우연히 들어가 보게 된 닭농장.
여행 일정에 닭농장이 들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흰 닭들이 바닥을 가득 덮고 있었다.
관광지가 아닌 생활의 현장
전망대, 카페, 시장, 유명 식당. 여행 일정은 보통 그런 것들로 짜인다. 닭농장은 어느 목록에도 없다.
사진으로 보면 조금 낯설거나 거칠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관광지가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작업 공간이고 생활의 일부일 것이다.
여행자로서 잠깐 보는 풍경과, 그곳에서 매일 살아가는 사람이 보는 풍경은 분명 다를 것이다.
한 공간에 모여 있던 수많은 닭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바닥이었다. 초록색 플라스틱 격자 — 닭이 배설물 위에 그대로 서 있지 않도록 아래로 떨어뜨리는 슬랫 바닥이다.
벽 한쪽에는 급수관이 올라와 있었다. 초록색 배관에 호스와 노즐을 연결한 수도 시설이다. 검은 철망은 공간을 몇 구획으로 나누고 있었다. 보여주기 위해 꾸민 곳이 아니라 필요한 것만 갖춰 돌아가는 작업장이었다.

가까이에서 보면 닭마다 움직임도 조금씩 달랐다.
한쪽 벽에 몰려 가만히 앉아 있는 닭이 대부분이었고, 그중 몇 마리만 고개를 들어 이쪽을 바라보거나 자리를 옮겼다. 빈 바닥은 오히려 가운데에 남아 있었다.
관광지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다.
그렇다고 일부러 이런 곳을 찾아 여행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저 내가 실제로 지나온 여행의 과정에서 우연히 이런 장소를 만났고, 그 순간도 여행의 일부였기 때문에 기록으로 남긴다.
밖에서 본 농장의 또 다른 모습
농장 안을 보고 밖으로 나오니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해가 낮아지면서 주황빛이 건물 벽과 바닥에 그대로 내려앉아 있었다. 조금 전 실내에서 보던 색과는 전혀 다른 톤이었다.

한쪽에는 주황색 그물로 둘러친 공간이 길게 이어졌고, 그 안쪽 바닥에는 왕겨가 깔려 있었다. 위로는 노란빛 전구가 줄지어 매달려 있었다. 백열전구처럼 보였다. 안에서 본 다 자란 닭들과 달리 이쪽은 훨씬 작은 닭들이 모여 있었다. 어린 닭 구역은 이렇게 따로 있었다.
재미있는 건 그 그물이었다. 자세히 보면 오래된 행사 현수막을 뒤집어 방풍막으로 쓰고 있었다. 베트남어 글자가 거울처럼 좌우로 뒤집혀 있어서 처음에는 무슨 글씨인지 한참 봤다. 새로 사 온 자재가 아니라 원래 있던 걸 다시 쓴 흔적이다.
노란 운반용 플라스틱 상자가 쌓여 있고, 큰 산업용 선풍기가 한쪽을 향해 서 있었다.
실내 사진만 보면 농장의 규모나 주변 환경을 짐작하기 어렵지만, 밖에서 보니 이곳이 실제로 매일 돌아가는 작업 공간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다가왔다.
여행 사진이라고 하면 보통 예쁜 풍경이나 음식 사진을 떠올리지만, 이런 장면 역시 내가 실제로 본 베트남의 한 부분이다.
여러 번 여행하면서 달라진 시선
처음 베트남을 여행했을 때는 유명한 장소를 보는 데 집중했다. 어디를 가야 하는지,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사진을 어디서 찍어야 하는지가 더 중요했다.
하지만 여행이 반복되면서 조금씩 관심이 달라졌다.
관광지 자체보다 그 도시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디에서 식사하고,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사는지가 더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룽호아의 닭농장을 본 것도 그런 여행의 연장선이었다.
농장에서 식탁으로 이어진 다음 기록
재미있게도 다음 기록은 같은 룽호아 지역의 로컬 닭요리 식당이다.
이번 편에서는 닭이 자라는 현장을 봤고, 다음 편에서는 같은 지역에서 삶고, 튀기고, 양념해 여러 방식으로 차려낸 닭요리 한 상을 만났다.
농장과 식당이 직접 연결되어 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여행의 흐름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이어진 두 장면이었다.
하루 전에는 농장의 닭들을 보고, 다음 날에는 이 지역 사람들이 먹는 닭요리를 접했다.
이런 우연한 연결이 여행을 더 입체적으로 기억하게 만든다.
📍 Lũng Hòa, Vĩnh Tường, Vĩnh Phúc, Vietnam
정리
빈푹의 닭농장은 처음부터 찾아가려고 계획했던 장소가 아니었다. 여행 중 우연히 보게 되었고, 그래서 더 인상적으로 남았다.
초록 슬랫 바닥, 벽을 타고 올라온 급수관, 왕겨 위의 어린 닭들, 뒤집어 건 현수막. 수많은 닭이 한 공간에 모여 있는 모습은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누군가에게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현장이었다.
여행책에 나오지 않는 장소 하나가 그 지역을 더 생생하게 기억하게 만들 때가 있다. 이번 룽호아의 닭농장이 그랬다.
이 글은 Vietnam Archive 시리즈 14편입니다. 이전 편은 하노이에서 초대받은 결혼식이고, 다음 편 룽호아 로컬 닭요리 한 상으로 이어집니다. 관광지뿐 아니라 베트남에서 직접 만난 거리, 음식, 카페 그리고 평범한 일상의 장면들을 기록합니다. 짧은 사진 기록은 틱톡 @the8842과 인스타그램 @michaelhan1004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