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에서 베트남 결혼식에 초대받다: 외국인 하객으로 본 현지 결혼식
하노이에 머물던 중 친구의 결혼식에 하객으로 초대받았습니다. 음식을 먹으며 진행되는 피로연, 무대 공연과 축하 영상까지 관광지 밖에서 만난 베트남 결혼식 문화를 기록했습니다.

하노이에 머물던 어느 날, 친구에게서 결혼식에 와달라는 초대를 받았다.
베트남을 여행하면서 여러 도시와 관광지를 다녀봤지만, 현지 친구의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하는 건 처음이었다.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가는 것도 아니고, 여행 프로그램을 예약해서 경험할 수 있는 것도 아닌 하루. 그래서인지 결혼식에 가기 전부터 조금 특별하게 느껴졌다.
결혼식장에 조금 일찍 도착했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친구를 기다리기로 했다.
마침 결혼식장과 같은 건물에 하이랜드 커피가 있어서 커피를 마시며 잠시 시간을 보냈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갔을 평범한 카페였는데, 이날은 베트남 결혼식에 처음 참석하기 직전이라 그런지 조금 다른 기분이었다.

건물 안이라 밖의 더위와는 상관없는 자리였다. 라탄으로 짠 펜던트 조명이 천장에 매달려 있고, 건너편 매장에서는 분홍 네온 간판이 켜져 있었다. 한쪽에는 커다란 금빛 원형 장식과 붉은 조화가 세워져 있었다.
결혼식장으로 올라가기 전 마지막으로 앉아 있던 자리다.
그리고 이때까지만 해도 결혼식장 안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결혼식장에 들어가 가장 먼저 놀랐던 건 하객의 숫자였다.
넓은 연회장이 가족과 친척, 친구들로 가득 차 있었다. 정확히 몇 명이 참석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규모였다.

천장에는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줄줄이 이어졌고, 그 아래로 무대 조명 트러스가 따로 매달려 있었다. 무빙 라이트가 여러 대. 결혼식장이라기보다 공연장에 가까운 장비였다.
무대 앞으로는 꽃 모양 조명 스탠드가 통로 양옆에 길게 늘어서 있었고, 그 끝에 여러 단으로 쌓은 케이크와 웨딩 배너가 있었다.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둘러앉아 있었고, 음식과 음료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나 역시 안내받은 자리에 앉아 다른 하객들과 함께 결혼식을 지켜봤다.
음식을 먹으면서 결혼식이 진행된다
내게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결혼식이 진행되는 분위기였다.
하객들이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먹는 동안에도 결혼식은 계속 진행됐다.

테이블 위에는 고체연료를 켜놓은 전골 냄비가 올라가 있었다. 그 옆으로 채소 요리와 밥, 작은 국그릇이 사람 수대로 놓였고, 맥주병과 콜라, 생수가 함께 나왔다. 식사가 먼저 차려져 있고 그 위에서 식이 진행되는 구조다.
무대에서는 신랑과 신부를 위한 순서가 이어지고 음악과 공연이 펼쳐졌다. 사람들은 식사를 하다가 무대를 바라보고, 박수를 치고, 다시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엄숙하게 식을 지켜본 뒤 식사를 하는 것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먹고 이야기하며 축하하는 큰 잔치에 초대받은 듯한 느낌이 더 강했다.
무대 위의 공연
공연도 기억에 남는다.
흰 깃털로 만든 큰 날개를 등에 단 공연자가 무대에 올라 양팔을 벌렸다. 조명이 그쪽으로 몰리면서 날개가 통째로 하얗게 떠올랐다.

같은 의상을 입은 팀이 무대 옆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사람이 나와서 노래하는 정도가 아니라, 처음부터 연출이 짜여 있는 무대였다.
화면에 흐르던 문장
식 중간에는 두 사람의 영상이 큰 화면에 나왔다.
일러스트로 그린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있고, 그 위로 베트남어 문장이 지나갔다.

Chúng ta cũng có những cái vỡ, giận hờn, những hi vọng, và có những lần thất vọng.
우리에게도 깨진 것들이 있었고, 서운했던 순간이 있었고, 희망이 있었고, 실망했던 때도 있었다.
결혼식 영상이라고 하면 보통 좋았던 장면만 이어 붙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화면에 올라온 문장은 그 반대였다. 깨진 것, 서운했던 것, 실망했던 것을 먼저 꺼내놓고 그 다음으로 넘어가는 구성이었다.
베트남어를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이 문장은 자막으로 남아 있어서 나중에 찾아볼 수 있었다. 그날 본 것 중에 제일 오래 남은 장면이다.
결혼식장 밖에서도 축하는 계속됐다
식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또 다른 풍경이 있었다.
결혼식장 주변에는 하객들이 사진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 같은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었다.
식장 안에서 행사가 끝났다고 바로 모두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도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축하 분위기가 한동안 이어졌다.
사실 이런 모습들도 사진으로 더 많이 남기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친구에게 초대받아 온 외국인 하객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을 혼자 돌아다니면서 카메라를 들이대는 게 조금 조심스러웠다. 누군가에게는 평생 기억될 중요한 날인데, 사진을 찍겠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직접 봤던 것에 비하면 남아 있는 사진은 많지 않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아쉽지만, 사진을 찍는 것보다 그 자리에 함께하는 게 먼저였던 날이었다.
하필 그날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
한 가지 더 아쉬웠던 게 있다.
하필 그날 머리가 살짝 아팠다.
처음 참석해보는 베트남 결혼식이라 음식도 더 천천히 먹어보고,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결혼식 분위기를 제대로 즐겨보고 싶었는데 컨디션이 좋지 않아 마음껏 그러지 못했다.
당시에는 그냥 아쉬웠는데 시간이 지나 사진을 다시 보니 오히려 그날의 사소한 기억까지 함께 떠오른다.
카페에서 친구를 기다렸던 것, 처음 식장에 들어갔을 때 생각보다 많은 사람을 보고 놀랐던 것, 음식을 먹으며 무대를 바라봤던 것까지.
여행의 기억이라는 게 꼭 완벽해야 오래 남는 건 아닌 것 같다.
관광지 밖에서 만난 또 하나의 하노이
하노이를 여행하면 보통 호안끼엠과 올드쿼터 같은 유명한 장소를 먼저 떠올린다.
나 역시 하노이의 거리와 음식, 카페와 관광지를 많이 돌아다녔다.
하지만 이날 만난 하노이는 조금 달랐다.
가족과 친척,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두 사람의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는,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현지인의 하루였다.
누군가에게는 평생 기억될 결혼식이고, 나는 그 하루에 잠시 초대받은 외국인 하객이었다.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가 멋진 사진을 남기는 것도 여행이지만, 이렇게 현지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잠시 들어가 보는 것도 여행이 아니었을까.
돈을 내고 예약한다고 반드시 경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여행 계획표에 미리 적어놓을 수도 없는 순간.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하노이에서 참석하게 된 친구의 결혼식. 사진으로 모든 장면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그래서 오히려 내 기억 속에 더 많이 남아 있는 베트남의 하루다.
📍 Tân Mai, Hoàng Mai, Hà Nội, Vietnam · 2024년 9월
이 글은 Vietnam Archive 시리즈 13편입니다. 이전 편은 다낭 근교 Toom Sara Village이고, 다음 편은 빈푹 룽호아의 닭농장입니다. 관광지뿐 아니라 베트남에서 직접 만난 거리, 음식, 카페 그리고 평범한 일상의 장면들을 기록합니다. 짧은 사진 기록은 틱톡 @the8842과 인스타그램 @michaelhan1004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