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tnam Archive·

매장을 내지 않고 남의 주방을 빌렸다 — 하노이에서 외식 브랜드를 시험한 날

하노이 Vườn Bia의 주방을 빌려 새 외식 메뉴를 개발한 기록. 닭 손질부터 튀김옷·시즈닝을 바꿔가며 세 종류를 비교하고, VIP룸에서 시식하며 브랜드 가능성을 검토했던 하루.

매장을 내지 않고 남의 주방을 빌렸다 — 하노이에서 외식 브랜드를 시험한 날

앞 편(하노이 Vườn Bia 비어가든)에서 큰 홀과 VIP룸을 둘러봤다. 그리고 끝에 적었다 — 우리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고.

이곳 주방까지 들어온 이유는 하나였다.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그것을 하나의 외식 브랜드로 만들 수 있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왜 남의 주방이었나

처음부터 신규 매장을 임차하고 주방을 새로 만드는 방식이 아니었다. 이미 운영되고 있는 Vườn Bia의 주방과 조리 환경을 활용해 새로운 메뉴를 먼저 개발하고 검증하는 쪽을 택했다. 가능성이 확인되면 별도의 브랜드로 론칭하고, 이후 프랜차이즈로 확대하는 구상이었다.

말하자면 이날은 “밥 먹으러”가 아니라 “주방을 빌려 실험하러” 온 자리였다.

스테인리스로 뒤덮인 대형 업장 주방, 벽에 걸린 웍들

주방은 벽에 웍이 줄줄이 걸린 전형적인 현지 대형 업장 주방이었다. 화구도, 조리대도 넉넉했다. 새 매장을 짓는 대신 이 설비를 그대로 써서 기존 주방으로 생산이 가능한지부터 보려는 것이었다.

조리대에 펼쳐진 손질용 닭과 채소, 볼

조리대 한쪽엔 이날 쓸 재료가 펼쳐졌다. 닭과 무, 채소, 그리고 스테인리스 볼 여러 개.

닭부터

뼈를 발라 다듬은 닭다리 살

먼저 닭을 손질했다. 뼈를 발라내고 살을 펴서, 튀기기 좋은 형태로 다듬는다. 손질은 현지 조리사가 맡았는데, 칼질이 익숙하고 빨랐다.

도마 위에서 닭을 다듬는 손. 익숙한 손놀림이었다.

튀김옷과 시즈닝을 바꿔가며

여기서부터가 실험이었다. 신선한 닭이 손질되고, 튀김옷을 입고, 시즈닝을 뒤집어쓰는 과정을 눈앞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건 처음이었다. 그 자체가 신기했다.

스테인리스 볼에서 젓는 튀김옷 반죽

튀김옷 반죽을 만들고, 손질한 닭을 담가 입힌다. 핵심은 한 가지 방식으로 끝내지 않은 것이었다. 튀김옷의 배합과 시즈닝, 튀기는 정도를 달리해 여러 번 튀기고, 결과물을 나란히 놓고 비교했다.

세 접시로 비교한 튀김 결과 — 시즈닝과 색이 각각 다르다

접시가 여러 개 나왔다. 시즈닝을 뿌리지 않은 것, 붉은 시즈닝을 입힌 것, 그리고 더 진한 색으로 튀긴 것. 같은 닭, 같은 주방인데 튀김옷과 마무리에 따라 겉모습이 확연히 달라졌다. 어느 쪽이 목표한 맛과 식감에 가까운지를 이렇게 눈으로, 그리고 입으로 골라 나갔다.

맛은 말할 것도 없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이른바 ‘국룰’ 그대로였다. 시즈닝은 이날 본 것보다 더 여러 종류로 시도했는데, 한국식을 그대로 옮기는 게 아니라 베트남 입맛에 맞추기 위한 현지화가 목적이었다.

그리고 다시 그 방으로

VIP룸 원형 테이블에 올라온 완성 치킨과 찐 채소 세팅

주방에서 나온 샘플들은 다시 VIP룸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 완성한 치킨에 찐 채소를 곁들이고, 개인 접시와 소스를 세팅했다.

맛만 보는 자리는 아니었다. 현지 조리 인력이 같은 품질을 반복해서 만들 수 있는지, 기존 주방에서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지, 그리고 하나의 독립된 브랜드로 만들 수 있을지를 함께 검토했다.

이곳 대표는 싱가포르 사람이었다. 작업이 끝난 뒤엔 간단한 시식회 겸 식사 자리가 이어졌고, 그 자리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외국인이 현지에 자리 잡는 과정, 그리고 싱가포르와 베트남을 오가며 사업을 꾸리는 과정 같은 것들이었다. 나에게는 정말 보람된 자리였다.

지금 사진을 다시 보면, 음식보다 그날 테이블 위에서 오갔던 생각들이 먼저 떠오른다.

📍 Vườn Bia Hà Nội, Hà Nội, Vietnam

방문 기록
지역 하노이
한 일 닭 손질 → 튀김옷·시즈닝 달리한 튀김 테스트 → VIP룸 시식·검토
목적 기존 주방을 활용한 신규 외식 브랜드 개발·검증 (별도 론칭·프랜차이즈 구상)

이 글은 Vietnam Archive 시리즈 39편입니다. 이전 편은 하노이 Vườn Bia 비어가든입니다. 관광지뿐 아니라 베트남에서 직접 만난 거리, 음식, 농장 그리고 평범한 일상의 장면들을 기록합니다. 짧은 사진 기록은 틱톡 @the8842과 인스타그램 @michaelhan1004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