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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곤 팥·동부콩 공장에 들어가봤다 — 배전반마다 발전기 전환 스위치가 따로 있었다

2023년 12월 7일 오전 양곤 외곽. 팥과 동부콩을 삶아 진공포장하고 냉장실에 재우는 공장인데, 벽에 붙은 배전반이 계통마다 발전기로 넘길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양곤 팥·동부콩 공장에 들어가봤다 — 배전반마다 발전기 전환 스위치가 따로 있었다

여행으로 간 곳이 아니다.

2023년 12월 7일 오전. 양곤에 있던 사흘 중 하루를 이 공장에서 보냈다. 사진에 찍힌 시각이 9시 41분부터 11시 20분까지다.

내가 미얀마에 간 목적이 이거였다. 팥과 동부콩 가공공장을 직접 보고, 원료와 생산공정과 저장환경을 확인하는 것.

관광객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서, 한국어로 이 안을 찍은 사진이 사실상 없다. 그래서 남겨둔다.

그리고 내가 이 안을 유심히 본 데는 이유가 있다. 나는 한국에서도 식품제조업을 하고 있다. 그래서 생산현장에 들어가면 여행자의 눈보다는 제조업자의 눈으로 보게 된다.

원료가 어떻게 들어오는지, 어디에 보관되는지, 작업자들이 어떤 동선으로 움직이는지, 가공은 어떤 설비를 거치는지, 다 만든 것을 어떻게 식히고 어디에 두는지.

원료는 두 가지였다

작업장 한쪽에 가공 전 원료가 쌓여 있었다.

바닥 가득 펼쳐진 크림색 낟알. 껍질을 벗겨 반으로 쪼갠 상태다.

껍질을 벗겨 반으로 쪼갠 낟알이다. 색이 두 갈래로 보이는데, 젖은 쪽이 희고 마른 쪽이 노랗다.

한 줌을 손바닥에 받아봤다. 낟알 하나가 쌀보다 조금 크고, 대부분 두 쪽으로 갈라져 있다.

손바닥 위에 놓인 낟알 열댓 개. 대부분 두 쪽으로 갈라져 있다.

그리고 팥이 따로 있었다. 이 글의 대표 사진이 그거다 — 큰 솥에서 붉은 팥이 끓고 있고 표면에 거품이 올라와 있다.

해외에서 원료를 살 때는 가격만 봐서는 안 된다. 같은 이름의 원료라도 산지와 품종, 선별상태, 수분, 이물관리, 보관조건에 따라 실제로 생산에 넣었을 때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식품제조에서는 원료 상태가 완제품 품질과 수율에 그대로 연결된다.

그래서 직접 가는 이유가 있다. 샘플 몇 봉지를 보는 것과, 공장에서 대량으로 취급되는 원료를 보는 것은 다르다. 어떻게 쌓아두는지, 어떻게 선별하는지, 작업장까지 어떻게 옮기는지, 가공 전후로 상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 이런 건 현장에서만 보인다.

삶고, 펴고, 진공포장한다

작업장은 흰 타일 바닥에 배수 그레이팅이 길게 깔린 구조다. 스테인리스 작업대가 몇 줄 놓여 있고, 벽에는 선풍기가 줄지어 붙어 있다. 직원들은 붉은 티셔츠에 초록 위생모 차림이었다.

공장 작업장. 흰 타일 바닥, 스테인리스 작업대, 벽에 붙은 선풍기들. 붉은 티셔츠에 위생모를 쓴 직원들이 트레이를 옮기고 있다.

삶는 건 틸팅 케틀이다. 바닥이 둥근 큰 솥이 축에 걸려 있어서 레버를 당기면 통째로 기울어진다. 옆에 디지털 타이머가 매달려 있었는데 화면이 11:02 였다.

기울일 수 있는 대형 스팀 케틀. 뚜껑이 열려 있고 옆에 디지털 타이머가 매달려 있다.

삶은 것은 큰 통에 옮겨 물에 담가둔다. 통 여러 개가 나란히 놓여 있고 그 안에 노란 낟알이 가득했다.

바닥의 배수구 옆에 놓인 검은 통 여러 개. 안에 노란 낟알이 물과 함께 가득 담겨 있다.

그다음은 얕은 트레이에 펴서 찜기에 넣는다. 문을 열자 김이 쏟아져 나왔다. 안에 트레이가 열두 단 들어가 있었다.

문을 연 찜기 안. 얕은 트레이가 열두 단 들어가 있고 김이 쏟아져 나온다.

마지막에 나오는 건 한 손에 잡히는 사각 블록이다. 낟알이 서로 붙어 한 덩어리가 되고, 진공포장해서 주황색 상자에 눕혀 담는다.

주황색 상자 두 개에 진공포장한 사각 블록이 담겨 있다. 아래 상자의 블록은 갈색이고 위 상자의 블록은 흰색이다.

⭐ 이 사진에 블록이 두 종류로 나온다. 한쪽은 갈색이고 한쪽은 희다. 원료가 둘이니 제품도 둘이다.

⚠️ 이 블록이 최종적으로 어떤 이름으로 팔리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공정은 봤는데 제품명을 적어두지 않았다. 짐작으로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게 이 공장의 핵심이었다 — 전기

포장한 상자가 가는 곳은 온도를 맞춘 방이다. 패널로 벽을 두르고 천장에 냉각기를 여러 대 단 방인데, 안쪽으로 주황색 상자가 두 줄로 길게 놓여 있었다.

천장에 냉각기가 여러 대 달린 방. 주황색 상자가 두 줄로 길게 놓여 있고 직원들이 그 사이에서 상자를 정리하고 있다.

같은 건물에 냉동저장시설도 있었다. 패널 벽을 따라 배관이 지나가고, 벽에 제어반이 두 대 붙어 있고, 그 옆에 압축기가 서 있다.

패널 벽에 붙은 냉동기 제어반 두 대. 계기와 스위치가 달려 있고 옆으로 배관과 압축기가 이어진다.

그리고 공장을 돌다가 벽 한 면에 배전반이 다섯 개 나란히 붙어 있는 걸 봤다.

벽에 나란히 붙은 배전반 다섯 개. 오른쪽 두 개에는 EPC 1·2·3 과 GEN 1·2·3 라벨이 붙어 있다.

오른쪽 두 개를 보면 위쪽에 라벨이 이렇게 붙어 있다.

EPC.1 · EPC.2 · EPC.3 · GEN.1 · GEN.2 · GEN.3

그리고 그 아래에 초록 버튼 「EPC」 / 붉은 버튼 「GEN」 이 세로로 붙어 있다. 계통마다 발전기 쪽으로 넘길 수 있게 되어 있다는 뜻이다. 한 계통이 아니라 세 계통 전부.

한국 공장에서 이런 반을 본 기억이 없다. 발전기가 있는 공장은 많지만 전환 스위치를 계통 수만큼 벽에 늘어놓은 구조는 처음이었다.

왜 그렇게 해뒀는지 — 현지에서 들은 것

내가 양곤에 있는 동안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 중 하나가 전기였다. 전력 공급이 충분하지 않아 정전이 생기는 경우가 있고, 일반 가정이나 작은 상점은 정전이 되면 그대로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규모가 있는 곳은 비상발전기를 갖춘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내가 묵을 호텔을 고를 때도 이 이야기 때문에 규모가 있는 쪽으로 정했다. 그리고 이 공장과 냉동저장시설도 비상발전기를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 여기까지가 들은 것이다. 발전기 실물을 본 것도 아니고, 실제로 정전을 겪은 것도 아니다. 내가 본 건 벽에 붙은 전환 스위치까지다.

다만 식품제조를 해온 입장에서는 이게 왜 중요한지가 바로 보인다. 일반 생활에서 정전은 불편으로 끝나지만 생산현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 냉장·냉동이 멈추면 원재료와 제품 품질에 바로 영향이 간다
  • 가열이나 냉각 공정이 중단되면 그 배치를 버려야 할 수도 있다
  • 그래서 전력 확보가 곧 품질관리가 된다

한국에서도 익숙한 문제이지만, 전력 사정이 불안정한 곳에서는 그 무게가 훨씬 커 보였다.

설비보다 사람이 오래 남았다

출장을 가면 보통 숫자부터 본다. 생산량은 얼마인지, 원료 가격은 얼마인지, 가공비는 얼마인지, 납기는 가능한지.

그런데 그날 공장 안에서 오래 기억에 남은 건 다른 것이었다.

내가 본 현장은 한국의 대형 식품공장에서 흔히 보는 자동화 라인과는 달랐다. 사람의 작업 비중이 컸고, 공정마다 작업자들이 직접 원료를 옮기고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이런 현장에서는 설비보다 작업자의 숙련도가 품질을 좌우할 수밖에 없다.

미얀마가 당시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건 도시를 이동하면서 이미 보고 있었다. 주유소 앞에 길게 늘어선 차량을 봤고, 정전 이야기를 들었고, 큰 상점에 들어갈 때마다 보안검색을 거쳤다.

그런 안에서도 공장은 그냥 돌아가고 있었다. 원료를 나르고, 기계를 확인하고, 제품을 정리하고, 다음 공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공장에서 일한다는 게 얼마나 반복적이고 힘든 일인지 어느 정도 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오래 보게 됐다. 그리고 내가 가진 조건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있던 건 아닌지, 불편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정말 그렇게 큰 문제였는지 잠깐 생각하게 됐다.

출장이 늘 사업적인 결과만 남기는 건 아니다.

공장을 나와 강을 건넜다

오전 11시 20분쯤 일정을 마쳤다. 나와서 보니 같은 골목에 비슷한 철골 창고가 몇 채 더 있고, 반대쪽은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집과 노점이 이어졌다.

공장 밖 골목. 왼쪽으로 철골 창고와 초록 차양이 이어지고 오토바이 한 대가 지나간다.

이동하면서 11시 42분쯤 다리를 건넜다. 강이 꽤 넓었고, 건너편으로 물류시설과 야적공간이 이어졌다.

다리 위에서 본 넓은 강. 붉은 난간 너머로 물과 건너편 시설이 보인다.

관광사진으로 보면 특별할 게 없는 컷이다. 그런데 출장기록으로 보면 꽤 중요하다. 원료가 나오는 곳과 가공공장이 있는 곳과 물류가 움직이는 곳이 서로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지가 여기서 보이기 때문이다.

점심은 짬뽕이었다

12시 39분. 이동하다 점심을 먹었는데 메뉴가 짬뽕이었다.

붉은 국물의 짬뽕 한 그릇. 옆에 김치와 나물 반찬이 흰 접시에 담겨 나왔다.

미얀마까지 와서 짬뽕을 먹게 될 줄은 몰랐다. 상호는 판갈비식당이고 양곤 9 miles 일대에 있다. 현지에 사는 한국인들이 제법 찾고, 골프 치러 온 한국인 손님도 오고, 현지인 손님도 있다고 들었다.

오전 내내 공장 안을 돌아다닌 뒤에 먹는 익숙한 한 그릇은 그냥 한 끼라기보다 잠깐 숨을 돌리는 시간에 가까웠다.

안 적은 것

  • 🔴 업체 이름과 소재지. 일 때문에 방문한 곳이라 상호·주소·담당자는 쓰지 않는다. 규모·생산량·거래 내용도 마찬가지다.
  • 🔴 제품명. 위에 쓴 대로, 공정은 봤지만 이 블록이 어떤 이름으로 유통되는지는 적어두지 않았다.
  • 🔴 점심값. 짬뽕 한 그릇에 얼마였는지 적어두지 않았다.
  • 삶는 시간·온도, 재우는 기간. 타이머에 11:02 가 떠 있었지만 그게 무엇을 재는 숫자인지 확인하지 않았다.
  • 발전기 실물. 전환 스위치는 봤지만 발전기 자체는 못 봤고, 정전을 겪지도 않았다.
  • 직원 얼굴. 알아볼 수 있게 찍힌 부분은 가렸다.

찾아본 내용 — 내가 그날 확인한 게 아니다

  • 판갈비식당은 매일 11:00~22:30 영업하는 것으로 안내되어 있고, 1인 기준 약 20,000~70,000짯 대로 소개된 자료가 있다.

⚠️ 이건 내가 방문 당시 확인한 값이 아니다. 미얀마는 환율 변동이 큰 편이라 시점에 따라 체감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가기 전에 직접 확인해야 한다.

왜 이런 글을 쓰나

이 사이트에는 이미 베트남 쪽으로 캐슈 농장과 공장 기록이 있다. 밭에서 나온 것이 어디로 가는지를 따라가는 축이다.

양곤의 이 공장도 같은 자리에 놓인다. 관광지가 아니라 물건이 만들어지는 곳이고, 관광객은 문 앞까지도 못 간다. 그래서 사진 몇 장이 그대로 자료가 된다.

📍 미얀마 양곤 외곽 · 2023년 12월 7일 오전 방문

※ 이 글은 2023년 12월 당시 직접 방문한 생산현장과 촬영한 사진, 현장에서 들은 설명을 토대로 정리한 기록이다. 해당 업체의 설비·생산환경과 미얀마의 전력·연료 상황은 현재와 달라졌을 수 있다.


이 글은 Vietnam Archive 시리즈 64편입니다. 짧은 사진 기록은 틱톡 @the8842과 인스타그램 @michaelhan1004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