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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씨에스호텔, 《시크릿 가든》 벤치가 있는 전통가옥 독채 — 객실이 새것 같지 않아서 오히려 좋았다

제주 중문 씨에스호텔앤리조트 숙박기. 돌담을 따라 이어지는 초가 독채, 잔디광장의 《시크릿 가든》 벤치, 절벽 아래로 부서지던 파도. 객실은 신축 호텔 같지 않았고 나는 그게 이 숙소와 맞는다고 봤다.

제주 씨에스호텔, 《시크릿 가든》 벤치가 있는 전통가옥 독채 — 객실이 새것 같지 않아서 오히려 좋았다

제주 중문에서 머물렀던 숙소 가운데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아 있는 곳이 씨에스호텔앤리조트다.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이제 기억이 흐릿하다. 당시 찍었던 사진도 휴대전화를 몇 번 바꾸면서 대부분 사라졌다. 그런데 이상하게 돌담길과 객실, 정원 풍경은 꽤 선명하게 남아 있다.

당시에는 예약하기도 쉽지 않았다. 원하는 날짜에 객실을 잡으려고 했는데 거의 차 있어서 일정을 그쪽에 맞춰야 했던 기억이 난다.

호텔 건물이 아니라, 제주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 느낌

보통 호텔에 가면 로비가 있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객실 번호를 찾는다. 씨에스호텔은 그 순서가 아니다.

제주 현무암 돌담 사이로 길이 이어지고, 그 안쪽에 초가 형태의 객실들이 하나씩 떨어져 있다. 높은 건물 안에 객실이 모여 있는 구조가 아니라 각각 작은 집 한 채에 가까웠다.

그때는 이런 배경까지 알고 간 것은 아니었다. 그냥 돌담을 따라 걸어 들어가면서 호텔이라기보다 제주에 있는 작은 집 한 채를 빌린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좋았다.

객실이 서로 떨어져 있으니 옆방 소리에 신경 쓸 일도 거의 없었다.

새 호텔 같은 객실은 아니었다

이 부분은 지금 생각해도 분명하다.

객실에 들어갔을 때 신축 호텔 같은 느낌을 받은 것은 아니다. 가구나 시설이 반짝반짝 새것 같지도 않았고, 같은 가격대의 현대식 호텔처럼 화려하게 꾸며진 방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낡아서 불편하다는 느낌도 아니었다. 적당히 시간이 지나 있었고, 그 상태로 관리되고 있는 객실에 가까웠다.

오히려 나는 그게 이 숙소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밖에는 제주 돌담과 초가지붕이 있고, 문을 열고 들어오면 침대와 욕실과 가구는 현대식 호텔 객실이다. 그런데 내부까지 지나치게 새것처럼 만들어놓지 않아서, 밖에서 보던 전통가옥의 분위기가 문 앞에서 갑자기 끊기지 않았다.

전통가옥 껍데기만 만들어놓고 안에 들어가면 완전히 다른 최신식 호텔이 나오는 식이었다면 오히려 어색했을 것 같다.

너무 오래되지도 않았고, 너무 새것 같지도 않았다. 나는 그 중간쯤이 좋았다.

물론 이건 사람마다 갈릴 것 같다. 최신 호텔 특유의 새 가구와 큰 욕실, 화려한 인테리어를 기대하고 가면 객실이 생각보다 오래됐다고 느낄 수 있다. 반대로 숙소 전체의 분위기를 보는 쪽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기서는 객실 하나만 떼어놓고 볼 필요가 없었다. 돌담길을 걸어 객실에 들어가고, 다시 문을 열면 정원과 나무가 보이고, 조금 더 걸으면 바다가 나온다. 객실도 그 전체 풍경의 일부였다.

가격만 놓고 보면 싼 숙소는 아니다

솔직히 가격 대비 객실만 놓고 평가하면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려울 수도 있다. 같은 돈으로 더 넓고 더 새것 같은 방을 주는 제주 호텔은 충분히 있을 것이다.

나도 객실에 들어가면서 “이 가격이면 정말 잘 꾸며놓은 호텔이구나” 하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숙박을 하고 나니 생각이 조금 달랐다. 여기서 돈을 내는 대상은 방 하나가 아니었다. 돌담 사이를 걷는 시간, 정원, 초가 형태의 독채, 바다, 조용한 분위기까지 포함해서 하루를 보내는 곳이었다.

그래서 내 경우에는 객실 면적이나 가구의 새것 여부로 값을 판단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조금 묻은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아침에 보니 외국인 투숙객이 정말 많았다

다음 날 호텔에서 조식을 먹었다. 그때 의외였던 장면 하나가 아직 기억난다.

우리 일행을 제외하면 주변에서 식사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외국인이었다. 한두 테이블 정도가 아니었다. 제주 호텔인데 왜 이렇게 외국인이 많은지 싶을 정도였다.

지금 다시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외국인 여행객 입장에서는 서울이나 다른 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현대식 고층 호텔보다, 제주에 왔다는 느낌을 숙소 자체에서 받을 수 있는 곳이 더 재미있을 수 있다. 돌담과 초가 형태의 집에서 자면서 객실 안에서는 호텔 서비스를 그대로 쓰는 방식이다.

《시크릿 가든》의 그 벤치

호텔 안을 걷다 보면 넓은 잔디정원이 나온다. 맨 위 대표 사진이 그 잔디광장이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사진 가운데 하나가 이곳에서 찍은 것이다. 큰 나무 아래 벤치가 놓여 있고 옆에는 그네가 있었다.

이곳은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 촬영지로 알려진 장소다. 현빈과 하지원이 등장했던 이른바 ‘벤치 키스’ 장면이 촬영된 곳으로 많이 소개됐다.

드라마 촬영지를 찾아다니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 직접 그 자리에 서보니 왜 촬영 장소로 쓰였는지는 알 것 같았다. 한쪽에는 제주 돌담과 초가가 있고, 그 옆에는 야자수와 넓은 잔디가 있다. 조금만 걸어가면 바다가 나온다. 카메라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이 만들어지는 곳이다.

사진으로 남기지 못한 바다

지금 가장 아쉬운 건 바다 사진이 없다는 것이다.

호텔 주변을 걷다 보면 바다가 보이는 곳이 나온다. 내 기억에는 단순히 멀리 바다가 보이는 정도가 아니었다. 절벽 아래로 바위가 있고, 그곳으로 파도가 계속 밀려와 부딪혔다. 가만히 서서 한동안 내려다봤던 기억이 난다.

제주에는 오션뷰 호텔이 많다. 하지만 여기서 기억하는 바다는 객실 창문 너머로 보는 오션뷰와 조금 달랐다. 돌담 사이를 걷고, 나무와 정원을 지나가다 갑자기 바다가 나타나는 식이었다. 숙소와 바다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하나의 산책 동선 안에 같이 있었다.

당시에는 그걸 특별한 시설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냥 아침이나 저녁에 걸어다니기 좋은 호텔이라고만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 다른 호텔들을 많이 다녀보고 나서야 이런 구조가 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차량이 있으면 훨씬 편하다

위치는 중문관광단지 안이다. 호텔 자체가 넓고 독립적인 공간이다 보니, 편의점이나 다른 장소를 오갈 때는 차량이 있으면 확실히 편하다. 우리도 대부분 차로 움직였다.

내가 머물렀던 당시에는 주차 때문에 불편했던 기억은 없다. 오히려 차로 제주를 돌아다니다 호텔로 돌아와 조용히 쉬는 일정과 잘 맞았다.

다시 간다면 객실보다 정원을 먼저 볼 것 같다

씨에스호텔을 최신 제주 호텔과 비교해서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애초에 성격이 다르다. 새로 지은 호텔처럼 반듯하고 세련된 객실을 원한다면 다른 선택지가 더 만족스러울 수 있고, 가격 대비 객실만 따져도 호불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주에 와서 제주다운 곳에서 하루쯤 머물고 싶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시간이 조금 묻은 초가와 돌담, 그 안에 들어가면 현대식으로 관리된 객실, 밖으로 나오면 다시 정원과 바다. 전통가옥을 박물관처럼 보존해 놓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외형만 한옥처럼 만든 현대식 리조트도 아니었다. 그 사이 어딘가에 있었다. 그 애매한 경계가 이 숙소만의 분위기였던 것 같다.

다시 간다면 아마 객실 사진부터 찍지는 않을 것 같다. 돌담길부터 천천히 걷고, 예전에 앉았던 정원도 다시 보고,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던 바다부터 찾아갈 것 같다.

객실 모습은 많이 잊었는데, 제주의 오래된 마을 길을 걷는 것 같던 그 정원은 다시 걸어보고 싶다.

찾아본 내용 — 내가 그날 안 게 아니다

아래는 나중에 확인한 것이다. 방문 당시에 알고 간 내용이 아니고, 시설과 안내는 바뀔 수 있다.

  • 호텔 공식 안내에 전 객실이 독채 형태로 구성돼 있고, 오래된 베릿내 어촌마을의 흔적을 이어 만든 곳이라고 돼 있다.
  • 공식 홈페이지는 전통 초가와 현무암 돌담에 모던한 인테리어를 결합한 숙소라는 점을 가장 앞세운다.
  • 비짓제주는 약 1만 3천 평 부지에 돌담과 초가지붕, 정원과 연못, 해안 산책로를 갖춘 단독 별장형 숙소로 소개하고 있다.
  • 주소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중문관광로 198. 제주공항에서는 차량 이동이 일반적이고, 비짓제주는 승용차 기준 약 50분으로 안내한다.
  • 촬영지로는 《시크릿 가든》 외에 《궁》 등이 함께 소개된다. 자료마다 언급되는 작품이 조금씩 다르다.

안 적은 것

  • 방문 시기. 사진과 함께 대부분 사라졌다. 연도까지는 못 박지 않는다.
  • 몇 박 했는지, 얼마를 냈는지. 기록이 없다. 위에 쓴 「싼 숙소는 아니다」는 금액이 아니라 그때 받은 인상이다.
  • 객실 사진. 남아 있는 건 정원 한 장뿐이다.
  • 바다 사진. 가장 아쉬운 자리인데 없다.
  • 조식 메뉴와 요금도 기록해 두지 않았다.

📍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 씨에스호텔앤리조트

방문 기록
지역 제주 서귀포 중문관광단지
방문 오래전 (정확한 시기는 사진과 함께 대부분 사라짐)
구조 돌담 사이에 초가 형태 독채가 하나씩 떨어져 있다
객실 신축 같지 않음 · 적당히 시간이 지난 상태로 관리 · 내부는 현대식
본 것 돌담길, 잔디정원과 벤치·그네, 야자수, 절벽 아래로 부서지던 파도
조식 이용함 · 주변 대부분이 외국인 투숙객
이동 중문관광단지 안 · 차량이 있으면 편하다 · 주차 불편 없었음
남은 사진 정원 한 장

이 글은 Korea Archive 시리즈 12편입니다. 이전 편은 성산일출봉입니다. 국내에서 직접 다닌 섬, 바다, 거리와 평범한 일상의 장면들을 기록합니다. 짧은 사진 기록은 틱톡 @the8842과 인스타그램 @michaelhan1004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