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곤에 내리니 휴대전화가 안 터졌다 — 공항 무료 Wi-Fi 30분, 통금 전에 호텔에 닿아야 했던 밤
2023년 12월, 여행경보가 울리던 미얀마에 들어갔다. 로밍이 붙지 않았고, 환전소는 닫혀 있었고, 공항을 나오는 길에는 검문소가 있었다.

여행으로 간 게 아니다. 팥과 동부콩 가공공장을 직접 보려고 간 출장이었다.
호치민에서 저녁 8시 40분에 떴다. 미얀마항공 직항이고, 양곤 도착이 밤 10시 40분이다.

사진에 찍힌 시각이 20시 53분. 뜬 지 십몇 분 만이고, 아래 보이는 건 방금 떠나온 도시다.
호치민 방은 그대로 두고 갔다
이때 나는 호치민 1군의 Triple E Hotel Metro Ben Thanh 에 묵고 있었다. 예약은 11월 30일부터 12월 10일까지 10박이 한 건으로 잡혀 있었다.
양곤에 다녀온 12월 5일부터 8일까지 사흘은 그 예약 안에 그대로 들어 있다. 체크아웃을 한 게 아니라 방을 비워둔 채 나갔다가 돌아온 것이다.
장기로 나와 있을 때 중간에 다른 도시나 나라를 다녀올 일이 생기면 나는 대체로 이렇게 한다. 짐을 전부 들고 움직이는 것보다 가성비 있는 숙소를 하나 잡아 베이스로 두고, 갈 곳에서 필요한 것만 들고 가는 편이 훨씬 편하다. 이동할 때 어려움이 없다.
그래서 양곤에 들고 간 짐은 3박짜리였다. 나머지는 호치민에 있었다.
미얀마 첫날 가장 난감했던 일을 하나만 꼽으라면 환전도 통금도 아니었다.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았던 순간이었다.
로밍이 안 됐다
출발 전에 찾아본 정보가 엇갈렸다. 된다는 말도 있었고 안 된다는 말도 있었다. 나는 한국에서 로밍을 신청해두고 당연히 될 거라고 생각했다.
양곤 공항에 내렸는데 신호가 아예 안 잡혔다. 재부팅도 해보고 네트워크를 다시 검색해봐도 그대로였다. 나중에 알게 된 건, 그 시기에는 일반적인 국제 로밍이 사실상 쓸 수 없었고 별도의 데이터 수단을 따로 준비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공항에서 30분짜리 무료 Wi-Fi를 쓸 수 있었다. 붙자마자 든 생각이 이거였다.
Wi-Fi 가 끊기기 전에 필요한 정보를 전부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호텔 예약 내역과 차량 정보를 다시 열어봤다. 30분이 지나면 다시 아무것도 못 보게 되니까.
공항을 나오자 다시 인터넷이 없었다. 베트남이나 태국에서는 당연하게 하던 것들 — 지도를 켜서 지금 어디쯤인지 보고, 기사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남은 거리를 확인하는 것 — 이 하나도 안 됐다.
처음 오는 나라, 늦은 밤, 통금, 현지 화폐 없음, 인터넷 없음. 이게 한꺼번에 겹쳤다. 솔직히 겁이 났다.
호텔에 도착해서 Wi-Fi가 다시 붙었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이거였다.
이제야 연락이 된다.
📌 eSIM 준비가 중요하다는 걸 이때 몸으로 알았다. 나는 로밍만 신청해뒀다가 결국 공항 Wi-Fi 와 호텔 Wi-Fi 에 의존해서 첫날을 보냈다.
짯이 한 장도 없었다
공항의 공식 환전소는 닫혀 있었다. 늦은 밤이라 그랬다. 내가 가진 건 미국 달러뿐이었고 현지 화폐는 한 장도 없었다.
공항 밖에는 환전을 해주겠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른바 비공식 환전이다.
나는 떠나기 전에 미얀마 환율을 어느 정도 찾아보고 갔다. 당시에는 공식환율과 시중에서 실제로 거래되는 환율 차이가 컸고, 양곤 시내 비공식 환전에서는 공식환율보다 나은 조건으로 달러를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런데 공항에서 제시받은 환율은 시내에서 들었던 조건보다 좋지 않았다. 그래서 거기서는 바꾸지 않았다. 당장 현지 돈이 필요하긴 했지만 나쁜 환율로 큰 금액을 바꾸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호텔 리셉션에서 차 값을 낼 만큼만 바꿨다. 필요한 만큼만.
공항에 그랩 접수 창구가 있었다
이건 베트남이나 태국과 완전히 달랐다.
거기서는 앱으로 차를 부른다. 그런데 양곤 공항에는 그랩 접수 창구가 따로 있었다.
창구에 목적지를 말한다
↓
직원이 요금을 확정한다
↓
종이를 출력해준다
↓
그 종이를 들고 밖으로 나가 배정된 차를 탄다
앱으로 부르는 게 아니라 창구에서 접수하는 구조다. 그리고 지금 와서 보면 이게 그날의 나에게는 오히려 다행이었다 — 어차피 앱을 쓸 인터넷이 없었으니까.
공항에서 호텔까지 얼마나 걸렸나
이건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숫자다.
구글 지도에는 17분으로 찍힌다. 그런데 실제로는 25~30분쯤 걸렸다.
그것도 새벽이나 밤늦게 움직였을 때 그렇다. 차가 가장 적은 시간대에 그 정도였다는 뜻이다.
⚠️ 통금까지 계산해야 하는 상황이면 이 차이가 크다. 나는 지도에 찍힌 시간만 보고 여유를 잡았다가, 실제로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 대략의 체감이지 초 단위로 잰 값은 아니다. 다만 지도 예상치보다 넉넉하게 잡아야 한다는 건 확실하다.
검문소에서 군인이 한국말을 했다
공항에서 나와 얼마 안 가서 군인들이 있는 검문소를 지났다. 총을 들고 있었다.
차가 멈췄고, 확인이 있었고, 그중 한 명이 내가 한국인이라는 걸 알고는 이렇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긴장하고 있던 참이었는데.
지금도 양곤 첫날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 중 하나다.
그날 묵은 호텔은 원래 예약한 곳이 아니었다
이날 묵은 곳은 호텔 파라미(Hotel Parami) 인데, 원래 예약해둔 숙소가 따로 있었다.
바꾼 이유는 두 가지였다. 공항 주변 분위기, 그리고 통금이다.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빡빡하고 애매해서 이동 시간을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공항에서 가깝고 괜찮은 곳으로 다시 잡았다.
파라미를 고른 데는 들은 이야기도 작용했다. 규모가 큰 편이고, 한국에서 온 출장자들이 이용하는 곳이라고 들었다. 현지에서 아는 분에게 주변이 살기 괜찮은 동네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 뒤의 두 가지는 내가 확인한 게 아니라 들은 것이다. 그대로 적어둔다.
그리고 호텔 규모를 일부러 봤다 — 정전 때문이다
이건 예산 문제가 아니었다.
현지에서 양곤 상황을 물어보면서 정전이 드물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전력 공급이 충분하지 않아서, 일반 가정이나 작은 상점은 정전이 되면 그대로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규모가 있는 호텔은 비상발전기를 갖춘 경우가 많다고 했다.
출장 중에는 전기가 끊기면 곤란한 일이 많다. 휴대전화 충전부터 연락, 다음 날 일정 준비까지 전부 거기에 걸려 있다. 더구나 나는 이미 로밍이 안 되는 상태였다. 호텔 Wi-Fi가 유일한 통신 수단인데 그것마저 끊기면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가격보다 위치·전력·이동 안정성을 먼저 봤다.
⚠️ 정전 이야기는 들은 것이고, 나는 그날 정전을 겪지 않았다. 다만 이 판단은 내가 한 것이라 그대로 적는다. 며칠 뒤 방문한 공장에서도 같은 이유로 발전기 이야기를 듣게 된다.
💰 얼마를 더 냈고, 원래 예약은 어떻게 됐는지는 따로 적는다. 숫자가 꽤 아프다.
들어가기 전에 준비한 것
미얀마는 온라인으로 비자를 신청하고, 승인이 나면 승인서 한 장을 출력해서 들고 간다. 나는 항공권도 숙소도 보험도 2023년 11월 13일 하루에 다 샀고, 비자는 그다음 날 승인이 났다.
그 승인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This Visa is not an immigration pass.
비자가 곧 입국 허가는 아니라는 뜻이다. 서류를 어떻게 준비했고 승인서에 무엇이 적혀 있었는지는 따로 적었다.
여기서는 그날 실제로 겪은 것 하나만 적는다.
체크인을 항공사 세 곳에 따로 해야 했다
항공권은 온라인 여행사에서 한 번에 샀는데, 안내문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한 번의 예약으로 여러 항공편의 경우 운항 항공사에 체크인해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랬다. 구간마다 체크인할 곳이 달랐다.
| 구간 | 체크인 |
|---|---|
| 호치민 → 양곤 | Myanmar Airways |
| 양곤 → 방콕 | Myanmar National Airlines |
| 방콕 → 호치민 | Vietnam Airlines |
구간마다 참조번호도 전부 달랐다. 한 장으로 산 표인데 세 번 나눠 처리해야 한다 — 온라인 여행사로 묶어 살 때 생기는 실무 문제다. (이게 나중에 환승할 때 수하물을 확인하게 되는 이유가 된다.)
그리고 문자가 왔다
12월 6일 오전 12시 43분. 양곤에 내리고 두 시간쯤 뒤, 문자가 세 통 들어왔다. 발신은 외교부 영사콜센터였다.
[외교부] 미얀마 골든트라이앵글 취업 사기 주의 — 불법행위 거부시 감금, 폭행, 부당한 위약금 요구 등 피해 발생 위험
해외 위급상황시 영사콜센터 연락(+82-2-3210-0404, 무료전화 앱), 7개국어 통역 가능, 해외 90일 이상 체류 시 재외국민등록(누리집: 영사민원24)
🔴 미얀마는 여행금지지역(방문금지) 및 철수권고 지역이니, 긴급한 여행을 제외하고 취소 또는 연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내린 다음에 받은 문자다.
떠나기 전에 몰랐던 내용은 아니다. 다만 활자로 받아보는 것과 알고 있는 것은 다르다.
⚠️ 여기서 더 나가지 않는다. 그 시기 현지가 어땠는지, 왜 그런 경보였는지는 내가 판단할 영역이 아니다. 문자를 그대로 옮기는 것까지가 내가 겪은 사실이다.
나올 때도 문자가 왔다
12월 8일 오전 10시 24분, 이번엔 태국 번호로 문자가 왔다.
[외교부] 송클라주 일부 지역 및 남부 3개주는 여행경보 3단계(출국권고) 발령 지역이니 동 지역의 여행을 취소, 연기 바랍니다.
태국 내 대마, 크라톰 제품 구입·섭취·귀국소지 시 국내법 상 처벌 유의 및 대마 그림, Cannabis 등 표기 확인 필요
⭐ 그날 나는 태국에 들어간 게 아니라 방콕 공항에서 환승만 했다. 양곤에서 아침 6시 30분에 떠서 8시 10분에 방콕에 내렸고, 11시 20분 비행기로 호치민에 갔다. 공항 밖으로 나가지 않았는데도 문자는 왔다.
로밍이 그 나라 통신망에 붙는 순간 보내는 구조라서 그렇다. 환승만 해도 온다.

ℹ️ 위 사진은 촬영 시각이 남아 있지 않아 어느 공항의 주기장인지 확정하지 못했다. 이 여행 중에 찍은 것이라는 것까지만 확실하다.
안 적은 것
- 🔴 항공권을 얼마에 샀는지. 호치민→양곤 구간은 여행사 결제 구조 때문에 e-티켓에 운임이
0.00으로 찍혀 있어서, 실제로 얼마를 냈는지가 남아 있지 않다. - 🔴 보험료.
- 🔴 공항에서 호텔까지 차 값. 창구에서 요금이 확정됐는데 그 숫자를 적어두지 않았다.
- 🔴 환전 환율. 밖에서 제시받은 환율도, 호텔에서 바꾼 환율도 기록이 없다.
- 입국 심사에서 무엇을 물었는지. 서류를 확인했다는 것까지만 기억한다.
- 검문소가 몇 개였는지, 어디였는지. 하나를 지났다는 것만 확실하다.
- 승인서·비자번호·보험증권번호·예약번호는 전부 게시하지 않는다.
📍 미얀마 양곤 · 2023년 12월 5일 밤 입국 · 12월 8일 새벽 출국
이 글은 Vietnam Archive 시리즈 61편입니다. 짧은 사진 기록은 틱톡 @the8842과 인스타그램 @michaelhan1004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