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tnam Archive·

하노이 응오 가익 골목의 저녁: 숯불 닭발과 플라스틱 의자

친구와 친구의 딸을 만나 하노이 구시가지 응오 가익(Ngõ Gạch)에서 보낸 저녁. 골목이 그대로 식당이 되는 시간과 숯불에 구운 닭발, 낮은 플라스틱 의자에서 먹은 한 끼를 기록했습니다.

하노이 응오 가익 골목의 저녁: 숯불 닭발과 플라스틱 의자

하노이에 있던 어느 저녁, 친구와 친구의 딸을 만나 함께 밥을 먹으러 갔다.

친구를 따라 도착한 곳은 호안끼엠 구시가지의 응오 가익(Ngõ Gạch). 내가 검색해서 찾아간 맛집이 아니다. 그냥 따라가서 앉았다. ㅋㅋ

골목 입구의 거대한 덕트

가게 앞에는 오토바이가 줄지어 세워져 있었고, 좁은 골목에는 작은 플라스틱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처음부터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하나 있었다. 대표 사진에 그대로 나온다.

거대한 배기 덕트. 건물 위에서 골목까지 길게 내려와 있는데, 은색 천으로 감싼 굵은 관이 나무 줄기 옆을 따라 꺾여 내려오다가 주황색 철제 후드로 이어진다. 후드 아래는 그을음으로 새까맣다. 그 옆에 백열전구 하나가 매달려 골목을 비추고 있었다.

간판에는 가게 이름과 파는 것이 다 적혀 있다.

Quán Cây Bàng · 21 NGÕ GẠCH

  • CHÂN GÀ NƯỚNG — 구운 닭발
  • CÁNH GÀ NƯỚNG — 구운 닭날개
  • NEM CHUA RÁN — 넴쭈아 튀김

메뉴가 세 줄이다. 뭘 파는 집인지 헷갈릴 여지가 없다.

골목이 그대로 식당이 되는 시간

자리를 잡고 주변을 보니 가게 안과 밖의 구분도 크게 의미가 없어 보였다.

낮은 플라스틱 테이블과 의자가 골목을 채운 저녁

낮은 플라스틱 의자에 사람들이 빼곡하게 앉아 있고, 그 앞에 무릎 높이만 한 테이블이 놓여 있다. 테이블마다 번호가 찍혀 있었다 — 갈색 테이블에 18, 빨간 테이블에 15, 초록 테이블에 8. 의자는 구멍을 숭숭 뚫은 플라스틱 스툴이고, 그 아래 선반에 또 다른 스툴이 포개져 있다.

바로 옆 인도에는 오토바이가 앞바퀴를 나란히 맞춰 줄지어 서 있고, 그 사이를 직원과 사람들이 오간다. 벽에는 Đơn gửi xe "không thu tiền"(주차 무료) 안내가 붙어 있었다.

처음 하노이에 왔을 때는 이런 작은 의자가 꽤 불편했다. 그런데 몇 번 앉아 먹다 보면 또 금방 익숙해진다. 다리를 어디에 둬야 할지 잠깐 고민하다가 결국 주변 사람들처럼 적당히 자리를 잡는다. 😂

숯불에 구운 닭발

먼저 테이블에 올라온 음식 중 하나가 구운 닭발, Chân Gà Nướng이었다.

붉은 접시에 쌓인 숯불에 구운 닭발과 두 가지 소스

한국에서 자주 보는 빨갛고 매운 국물 닭발과는 조금 다르다. 양념을 입혀 불에 구워내기 때문에 표면에는 군데군데 그을린 흔적이 남아 있고 양념은 윤기가 난다. 발가락 끝은 아예 검게 탔다.

붉은 플라스틱 접시에 그대로 쌓아서 내주고, 옆에 작은 종지 두 개가 따라온다. 하나는 주황빛 소스, 하나는 짙은 초록 소스에 숟가락이 꽂혀 있었다.

국물 없이 손으로 하나씩 집어서 뜯어 먹는다. 한국에서도 닭발을 먹어봤으니 음식 자체가 생소하지는 않았지만, 숯불에 바로 구워 먹는 방식은 또 느낌이 달랐다.

닭날개까지

다음은 Cánh Gà Nướng, 구운 닭날개.

주황색 접시에 담긴 숯불에 구운 닭날개

역시 양념을 바르고 구웠다. 껍질은 갈색으로 익어 반질거리고 끝부분은 검게 탔다. 잘린 단면으로 흰 살과 뼈가 그대로 보인다. 이번에는 주황색 접시에 담겨 나왔다. 접시 색이 음식마다 다르다.

닭발보다 살이 많고 먹기도 편해서 이건 한국 사람에게도 크게 낯설지 않은 맛이다.

꿀 발라 구운 빵과 아이

음식은 작은 접시에 하나씩 담겨 계속 테이블로 들어왔다.

닭발 하나 먹고, 닭날개 하나 집고, 중간에 구운 빵도 뜯어 먹는다.

연보라색 접시에 담긴 꿀 발라 구운 빵

친구의 딸이 제일 잘 먹은 건 닭발이 아니라 꿀을 발라 구운 빵이었다. ㅋㅋ

타원형으로 부풀린 빵을 노릇하게 구워 표면에 시럽을 발라 반질반질하다. 아랫면에는 참깨가 붙어 있고, 하나는 갈라져 속이 들여다보였다. 이건 연보라색 접시에 담겨 나왔다.

짭조름하고 양념 강한 것들 사이에 이게 놓이니 조합이 괜찮았다.

한 손에 빵을 들고 한입 크게 베어 문다. 그러다 배가 부르자 곧바로 휴대전화를 보기 시작했다. 아이는 어디를 가든 똑같다. 😂

식사가 끝나갈 무렵 골목 테이블 앞에서 휴대전화를 보는 아이

옆에는 곰인형을 얹은 노란 가방이 놓여 있고, 뒤로는 초록 테이블 7번과 8번에서 사람들이 계속 먹고 이야기한다. 기둥에는 SỬA XE MÁY(오토바이 수리)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잘 차려진 여행 사진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사진을 좋아한다. 한 장만 봐도 그날의 식사뿐 아니라 함께 있었던 사람과 그 분위기까지 같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술집 같은 분위기이기도 하지만 아이와 함께 저녁을 먹는 가족이나 친구들도 자연스럽게 섞여 있었다. 그래서 이 골목에는 한 테이블만 따로 떨어져 있는 느낌이 없다. 골목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저녁 식사 공간처럼 이어져 있다.

정리

대단한 사건은 없었던 저녁이다.

친구를 만났고, 친구의 딸과 함께 무릎 높이 테이블에 앉았고, 닭발과 닭날개와 꿀 바른 빵을 먹었다. 그리고 아이는 배가 부르자 휴대전화를 봤다. 그게 거의 전부다.

그런데 사진을 순서대로 펼쳐놓으면 그날 저녁이 꽤 구체적으로 이어진다. 골목 입구의 시커먼 덕트부터, 번호가 찍힌 플라스틱 테이블, 붉은 접시에 쌓인 닭발까지.

검색해서 찾아간 집이 아니라 친구가 데려간 집이라는 게 이 저녁의 전부이자 이유다.

가게 Quán Cây Bàng
주소 21 Ngõ Gạch, Hoàn Kiếm
먹은 것 구운 닭발 · 구운 닭날개 · 꿀 발라 구운 빵

📍 Ngõ Gạch, Hoàn Kiếm, Hà Nội, Vietnam


이 글은 Vietnam Archive 시리즈 6편입니다. 이전 편은 호이안 파이포 커피이고, 다음 편은 오 꽌 쯔엉 성문과 구시가지 골목입니다. 관광지뿐 아니라 베트남에서 직접 만난 거리, 음식, 카페 그리고 평범한 일상의 장면들을 기록합니다. 짧은 사진 기록은 틱톡 @the8842인스타그램 @michaelhan1004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