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이안 파이포 커피(Faifo Coffee): 루프탑에서 내려다본 올드타운 지붕
호이안 올드타운의 Faifo Coffee 루프탑에서 보낸 오후. 붉은 기와지붕과 노란 벽이 이어지는 풍경, 하늘이 아직 푸를 때 켜지는 등불까지. 언제 올라가면 좋은지도 함께 적었습니다.

베트남 호이안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걸음이 느려진다.
노란색 벽의 오래된 건물과 붉은 기와지붕, 골목마다 걸려 있는 등불. 빠르게 관광지를 찾아다니기보다는 걷다가 마음에 드는 곳에 잠시 앉아 쉬는 시간이 잘 어울리는 도시다.
이날 오후 찾아간 곳은 호이안 올드타운의 Faifo Coffee. 올드타운 한가운데(130 Trần Phú)에 있어 주변을 걷다가 들르기 좋은 위치다.
카페 안으로 들어가 위층으로 올라가면 호이안의 풍경이 조금씩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루프탑에 도착하면 거리에서 바라보던 것과는 전혀 다른 호이안을 만날 수 있다.
지붕을 바라보며 마시는 한 잔
대표 사진이 그때 주문한 차가운 망고 음료다.
키 큰 유리잔에 진한 주황색 스무디를 채우고, 종이 빨대를 꽂고, 잔 가장자리에 오렌지 한 조각과 초록 잎을 꽂아 냈다. 잔 표면에는 물방울이 잔뜩 맺혀 있었다.
그런데 음료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그 뒤의 풍경이었다.
오래된 붉은 기와지붕과 호이안을 상징하는 노란색 건물들이 낮게 이어지고 그 위로 넓은 하늘이 펼쳐진다.
거리에서는 상점과 사람,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먼저 보인다. 그런데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이 도시의 색이 훨씬 잘 보인다. 노란 벽과 붉은 지붕. 호이안을 기억하게 만드는 두 가지다.
하늘이 아직 푸를 때 등불이 켜진다
조금 더 앉아 있으니 하늘의 색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낮의 강한 햇빛은 사라지고 구름 사이로 남아 있던 빛도 조금씩 약해졌다. 그리고 루프탑에 걸려 있던 등불에 하나둘 불이 들어왔다.
아치형으로 휜 검은 철제 걸이에 실크 등불이 여섯 개쯤 매달려 있었다. 노란빛이 켜진 것도 있고 아직 흰 채로 남아 있는 것도 있었다. 그 옆으로는 부겐빌레아가 노란 벽을 타고 올라가 분홍색 꽃을 잔뜩 피웠고, 가지 사이사이에 잔불 같은 전구가 감겨 있었다.
호이안의 밤거리에서 수많은 등불을 보는 것도 아름답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아직 푸른 하늘이 남아 있을 때 등불이 켜지는 순간이 더 좋았다. 낮과 밤 사이의 아주 짧은 시간이다.
루프탑에서 내려다본 호이안

조금 더 시선을 멀리 두면 오래된 호이안의 지붕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부겐빌레아 가지가 화면 위쪽에서 늘어지고, 그 아래로 흰색·노란색·민트색 등불이 겹쳐 걸렸다. 그 너머로는 검게 그을린 기와지붕이 층층이 이어지고, 사이사이 노란 건물이 섞인다. 멀리로는 강과 낮은 산까지 보였다.
호이안은 높은 건물이 많지 않아 이런 풍경이 더 잘 남아 있는 것 같다. 오래되어 조금씩 색이 바랜 지붕과 벽까지 이 도시에서는 하나의 풍경이 된다.
그리고 결국 커피 한 잔

망고 음료를 마셨지만 결국 커피도 한 잔 주문했다.
각진 무늬를 새긴 유리잔에 짙은 커피가 담겼고 위쪽에는 갈색 거품층이 두껍게 올라와 있었다. 금속 스푼이 그대로 꽂혀 있다. 잔 뒤로는 조금 전까지 바라보고 있던 노란 건물과 붉은 지붕, 그리고 오래된 흰 벽의 건물이 보였다.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았다. 커피를 마시고, 하늘을 보고, 사람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한동안 앉아 있었다.
언제 올라가면 좋은가
이날 앉아 있으면서 알게 된 것 하나.
한낮보다는 해가 내려가기 시작하는 오후가 낫다. 이유는 두 가지다.
- 한낮에는 루프탑에 그늘이 거의 없어서 오래 앉아 있기 어렵다
- 무엇보다 그 시간대에는 낮의 호이안과 등불이 켜지기 시작하는 저녁 분위기를 한 자리에서 둘 다 볼 수 있다
사진으로 남기려면 특히 그렇다. 완전히 어두워지면 등불만 남고 지붕은 사라진다. 하늘에 아직 푸른빛이 있을 때 올라가 있어야 노란 벽, 붉은 지붕, 켜진 등불이 한 프레임에 들어온다.
카페를 나와 다시 거리로

카페에서 내려와 다시 올드타운을 걸었다.
오후의 강했던 햇빛은 어느새 부드러워졌고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빛도 길어지고 있었다. 나무에는 붉은 등불이 하나 매달려 있고, 길 안쪽으로는 색색의 등불이 줄지어 걸렸다. 왼쪽은 노란 담장, 오른쪽은 모자와 옷을 내놓은 상점들. 사람들은 아직 여유롭게 걷고 있었다.
조금 전 루프탑에서 내려다봤던 호이안 안으로 다시 들어온 셈이다. 위에서 바라본 호이안과 직접 걷는 호이안은 느낌이 꽤 다르다.
그리고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이 거리는 수많은 등불이 켜진 호이안의 밤으로 바뀐다.
정리
대단한 일정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호이안 올드타운을 걷다가 Faifo Coffee에 들어갔고, 망고 음료와 커피를 마시며 오래된 지붕을 바라봤다. 하늘이 조금씩 어두워지는 모습을 지켜보다 다시 거리로 내려와 걸었다. 그게 전부였다.
낯선 도시의 어느 오후,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바라봤던 풍경. 나에게 호이안은 그런 기억이 많은 도시다.
| 카페 | Faifo Coffee |
| 주소 | 130 Trần Phú, Old Town, Hội An |
| 마신 것 | 망고 스무디 · 베트남 커피 |
| 추천 시간 | 해가 내려가기 시작하는 오후 |
📍 Hội An Old Town, Quảng Nam, Vietnam
이 글은 Vietnam Archive 시리즈 5편입니다. 이전 편은 호이안의 밤, 투본강의 등불 배이고, 다음 편은 응오 가익 골목의 저녁입니다. 관광지뿐 아니라 베트남에서 직접 만난 거리, 음식, 카페 그리고 평범한 일상의 장면들을 기록합니다. 짧은 사진 기록은 틱톡 @the8842과 인스타그램 @michaelhan1004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