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공주' 월례모임에 따라갔다가 하루 사진사가 됐다 — 하노이 오 꽌 쯔엉
성문을 보러 나온 날이 아니었습니다. 친구의 고등학교 동창 일곱 명이 한 달에 한 번 모여 콘셉트를 잡고 사진을 남기는 모임에 따라갔고, 그날 콘셉트가 치파오였습니다. 오 꽌 쯔엉 성문 아래에서 오토바이를 피해가며 찍은 기록입니다.

하노이 구시가지를 걷던 어느 날이다.
성문을 보러 나온 날은 아니었다. 친구의 정기모임에 얼떨결에 따라간 날에 가깝다.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일곱 명
친구에게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낸 동창 모임이 있었다. 인원은 모두 일곱 명. 그리고 그들은 스스로를 **‘7공주’**라고 불렀다.
처음 들었을 때 웃었다. 나이가 들어도 고등학교 친구들과 계속 만나고, 오래전부터 쓰던 이름을 그대로 쓰는 게 재미있었다.
한 달에 한 번쯤 정기적으로 만나는데, 밥만 먹고 헤어지는 모임이 아니었다. 매번 옷을 맞춰 입거나 콘셉트를 잡고 사진을 남긴다고 했다.
이날의 콘셉트는 치파오였다.
그리고 나는 사진사가 됐다
나는 이 모임의 멤버가 아니다. 친구를 따라왔을 뿐이다.
그런데 일곱 명이 모이고 나니 문제가 하나 생겼다. 단체사진을 찍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결국 내가 잡혔다. 한 장 찍으면 끝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여기서 한 번, 저기서 한 번, 개인사진, 둘씩, 셋씩, 그리고 다시 일곱 명 전부. 이날 나는 관광객이 아니라 거의 전속 사진사였다.
노란 건물이 서 있는 모퉁이
촬영 장소는 구시가지 일대였다. 오래된 노란 건물, 좁은 골목, 그리고 오 꽌 쯔엉 성문. 배경으로는 정말 잘 어울렸다.
대표 사진의 건물부터 그렇다.
붉은 기와를 얹은 3층짜리 노란 건물인데, 벽의 페인트는 군데군데 벗겨졌고 창틀은 짙은 갈색 나무 덧문이다. 2층 발코니 아래로는 회벽에 새긴 부조 장식이 남아 있고, 그 위로 덩굴이 타고 올라간다. 옆면에는 에어컨 실외기가 그대로 매달려 있다.
그런데 1층은 여전히 가게다. Cửa hàng THỰC PHẨM 간판이 붙어 있고 그 옆으로 VNPT, vinaphone 로고. 그 위에는 붉은 현수막에 Chúc Mừng Năm Mới(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가 걸려 있었다. 진열대에는 물건이 가득 쌓여 있고 사람들이 그 앞에 서 있다.
길모퉁이에는 파란 도로 표지판이 서 있다. PHỐ NGUYỄN SIÊU.
낡고 빛바랜 건물 아래에서 여전히 가게가 문을 열고, 사람들은 길을 건너고 오토바이는 골목을 오간다. 이런 장소 사이로 치파오를 입은 일곱 명이 움직였으니 당연히 눈에 띄었다.
골목 한가운데 남은 성문
구시가지 한쪽에는 하노이 옛 성곽의 흔적인 오 꽌 쯔엉(Ô Quan Chưởng)이 남아 있다.

아치형 문 하나에 위층 누각이 얹힌 형태다. 지붕 끝이 위로 휘어 올라가고, 그 아래 난간에는 구멍을 뚫어 무늬를 낸 돌이 이어진다. 벽면 곳곳에 붉은 베트남 국기가 꽂혀 있고, 오른쪽에는 빨강·노랑·초록·파랑을 겹쳐 짠 오색 깃발이 함께 걸려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로 오토바이가 지나간다. 아치 안쪽으로 짐을 실은 오토바이 서너 대가 줄지어 통과하는 게 보인다.
여기서 촬영이 계속 끊겼다. 이곳은 박물관처럼 막아둔 유적이 아니라 지금도 오토바이가 그대로 통과하는 길이다. 사진 찍겠다고 길을 막아둘 수도 없다. 한쪽에서 찍고 있으면 그 옆으로 오토바이가 지나간다. 그러면 기다렸다가 다시 찍는다. 이 과정이 계속 반복됐다.
성문을 「현역 도로」로 실감한 건 관광객으로 한 바퀴 돌아봐서가 아니라, 그 아래에서 한참을 서 있어 봤기 때문이다.
가까이서 본 성문

가까이 가면 벽이 눈에 들어온다.
아랫부분은 붉은 벽돌인데 크기도 색도 제각각이고, 그 위로 회색 시멘트가 덧발려 있다. 한 번에 지은 벽이 아니라 오래 손을 본 벽이다. 위쪽 회벽에는 얼룩이 넓게 번져 있다.
왼쪽 기둥에는 낡은 표지석이 붙어 있다.
CỬA Ô QUAN CHƯỞNG/DI TÍCH LỊCH SỬ/ĐÃ XẾP HẠNG오 꽌 쯔엉 문 · 역사 유적 · 등재됨
아치 너머로 보이는 것은 멈춰 있는 과거가 아니다. 문 안쪽 골목에는 분홍·주황 등롱이 줄줄이 걸려 있고, 오토바이가 벽을 따라 세워져 있고, 사람들이 그 사이를 지나간다. 성문은 입구가 아니라 그냥 지나가는 길이다.
성문을 지나 다시 골목으로

성문을 지나면 나무가 늘어선 거리가 이어진다.
양옆으로 키 큰 가로수가 서 있고 그 아래로 오토바이가 빼곡히 주차되어 있다. 오른쪽 차양에는 EGG COFFEE, 왼쪽 건물 1층에는 분홍색 MIXUE 간판. 노란 벽에 철제 발코니를 단 오래된 건물과 새로 올린 흰 건물이 나란히 붙어 있다.

조금 더 걸으면 간판이 빽빽해진다.
붉은 현수막에 TUYẾT BÉO BÁNH RÁN, 노란 간판에 BÁ TRÁI ĐÀ NẴNG, 그 옆으로 NEM LỤI, CHẢ RƯƠI HÙNG THỊNH. 가게 앞에는 초록 플라스틱 의자를 내놓고 사람들이 앉아 있고, 유리 진열장 안에서는 뭔가를 계속 만들고 있었다.
건물 2층 발코니는 덩굴에 거의 덮여 있는데, 그 아래로 새장 몇 개가 매달려 있었다. 초록 유니폼을 입은 배달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흰 스쿠터 옆에 선 사람이 헬멧을 쓰고 있다.
촬영이 끝나고 — 낮은 플라스틱 의자
촬영이 끝난 뒤 다 같이 자리를 옮겼다.
내 기억으로는 정말 오래된 가게였다. 카페라고 부르기는 하는데 흔히 생각하는 카페와는 달랐다. 화려한 인테리어도 없고 푹신한 소파도 없다.
가장 기억나는 건 낮은 플라스틱 의자였다. 한국에서 예전 목욕탕에 있을 법한 작은 의자. 정말 그런 게 놓여 있었다.
⭐ 그 대비가 재미있었다. 치파오를 곱게 차려입고 사진을 잔뜩 찍은 사람들이, 오래된 가게에 들어가 작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는다. 촬영할 때는 행사를 하는 사람들 같았는데, 앉는 순간 그냥 오래된 친구들 모임으로 돌아갔다.
음료를 주문하고, 식사를 하고, 계속 이야기했다. 누가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예전에는 어땠는지, 친구들끼리만 아는 이야기까지. 나는 옆에 앉아 듣고 있었다.
올릴 수 없는 사진
🔴 사실 이날 사진 중 제일 재미있는 건 여기 올린 거리 사진들이 아니다. 일곱 명이 치파오를 입고 찍은 단체사진이다.
그런데 그건 올리지 않는다. 당사자들이 찍힌 사진이고, 내가 대신 공개를 결정할 수 있는 사진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기록에는 그들의 이름도, 얼굴도, 어느 학교인지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아쉽다. 성문만 보면 그냥 오래된 하노이 유적 사진이다. 하지만 내 기억 속 오 꽌 쯔엉에는 항상 치파오 입은 일곱 명이 같이 있다. 그리고 그 앞에서 조금만 왼쪽, 이번엔 여기 봐, 다시 한번 하고 있던 나도 있다.
몇십 년 된 친구들이 아직도 한 달에 한 번 만난다
이날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사실 치파오도, 성문도 아니었다.
이 사람들이 아직도 정기적으로 만난다는 것. 각자 생활이 있고 가족이 있고 일이 있을 텐데도 한 달에 한 번 시간을 맞춘다. 그리고 밥만 먹고 끝내지 않고 옷을 맞춰 입고, 사진을 찍고, 그날을 남긴다.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을 정기적으로 만나는 일이 어려워진다. 일정이 안 맞고, 사는 곳이 달라지고, 각자 일이 생긴다.
그리고 이런 건 검색해서 예약할 수 없다. 패키지 일정에도 없다. 친구가 그곳에 살고, 그 친구의 오래된 친구들이 있고, 마침 그날 정기모임이 있었기 때문에 볼 수 있었던 장면이다.
그래서 이날 사진이 다르게 보인다
남아 있는 사진만 보면 성문, 노란 건물, 거리, 오토바이, 작은 식당과 카페가 보인다. 역사 유적으로 등재된 성문 아래로 배달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백 년쯤 된 건물 1층에서 휴대폰 요금을 팔고, 그 옆 가게가 새장을 걸어놓은 발코니 아래에서 튀김을 만든다. 과거와 현재가 경계 없이 겹쳐 있는 거리다.
그런데 내 기억에는 사진 밖의 장면이 더 많다. 치파오를 입은 친구들, 사진 찍느라 계속 위치를 바꾸던 사람들, 그걸 따라다니며 카메라를 들었던 나, 그리고 촬영이 끝난 뒤 작은 의자에 앉아 웃고 떠들던 모습.
오래된 성문보다, 낡은 노란 건물보다, 그날 사람들의 웃음이 먼저 생각나는 곳. 내게 오 꽌 쯔엉은 그런 장소다.
📍 Ô Quan Chưởng · Hanoi Old Quarter, Hà Nội, Vietnam
| 방문 기록 | |
|---|---|
| 장소 | 오 꽌 쯔엉 성문 · PHỐ NGUYỄN SIÊU 일대 (하노이 구시가지) |
| 온 이유 | 관광이 아니라 친구의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 따라간 것 |
| 모임 | 일곱 명 · 한 달에 한 번 · 매번 콘셉트를 잡고 사진을 남긴다 |
| 이날 콘셉트 | 치파오 |
| 내 역할 | 전속 사진사 (단체·개인·둘씩·셋씩) |
| 촬영 중 변수 | 성문 아래로 오토바이가 계속 지나가 기다렸다 찍었다 |
| 뒤풀이 | 오래된 가게 · 낮은 플라스틱 의자 |
| 🔴 안 올린 것 | 치파오 단체사진 — 당사자가 찍힌 사진이라 내가 대신 공개를 결정하지 않는다. 이름·얼굴·학교도 적지 않았다 |
| 안 적은 것 | 방문 날짜 · 뒤풀이 가게 상호 · 결제 금액 — 적어두지 않았다 |
이 글은 Vietnam Archive 시리즈 7편입니다. 이전 편은 응오 가익 골목의 저녁이고, 다음 편은 하노이에서 일하던 시절의 점심입니다. 관광지뿐 아니라 베트남에서 직접 만난 거리, 음식, 카페 그리고 평범한 일상의 장면들을 기록합니다. 짧은 사진 기록은 틱톡 @the8842과 인스타그램 @michaelhan1004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