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에서 일하던 시절의 점심: 반미와 쏘이를 파는 노란 간판 가게
하노이 동다구 회사 근처의 작은 가게에서 먹던 점심 기록. 반미와 쏘이, 죽에 소금커피까지 파는 메뉴판과 15,000~25,000동대 가격을 사진 그대로 옮겼습니다.

하노이에서 지내던 때의 점심이다.
유명한 맛집을 찾아간 것도 아니고 여행 책에 나오는 식당도 아니었다. 회사 근처를 걷다가 들른 작은 가게.
노란 간판에 붉은 글씨로 BÁNH MÌ XÔI-CAFE, 그 위에 빨간 T+ 로고. 간판 아래쪽 주소 줄에는 HOÀNG CẦU가 적혀 있다. 가게 앞으로는 파라솔 두 개를 펴놓고 그 아래에 유리 진열장을 내놨다.
점심시간이 되니 주변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왔다. 셔츠 차림으로 진열장 앞에 서서 주문하고, 받아서 그대로 간다. 골목 안쪽으로는 오토바이가 벽을 따라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메뉴판이 곧 이 가게다
메뉴도 복잡하지 않았다. 반미(bánh mì), 쏘이(xôi), 죽(cháo), 그리고 커피.

가격도 사진에 그대로 남아 있다. 쏘이는 종류에 따라 15K~20K, 차 종류는 TRÀ QUẤT 10K, TRÀ CHANH 12K, TRÀ SEN VÀNG 25K. 카카오는 CACAO ĐÁ 17k, CACAO NÓNG 20k, CACAO MUỐI 22k, CACAO BẠC XỈU 22k.
재미있는 건 메뉴판이 나뉜 방식이다. 커피 칸 머리에 CÀ PHÊ MUỐI, 그 아래 칸이 CA CAO MUỐI, 그 옆 칸이 MATCHA MUỐI. 소금 버전이 커피에서 카카오, 말차까지 세 줄로 붙어 있었다.
커피 칸에는 CAFE ĐEN NÓNG/ĐÁ, CAFE NÂU, CAFE MUỐI, BẠC XỈU, CAFE SỮA CHUA, CAFE LATTE. 옆 진열대에는 XÔI - BÁNH MÌ - CHÁO 판이 따로 서서, 쏘이에 무엇을 얹을지를 THỊT KHO(조림 고기), TRỨNG(달걀), RUỐC(육송), XÚC XÍCH(소시지)로 나눠놓았다.
화려한 식당보다 이런 작은 가게에서 메뉴판을 보며 주문하는 순간이 훨씬 현지에서 생활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반미

바삭한 바게트 안에 고기와 여러 재료를 넣고 소스를 듬뿍 뿌린 아주 단순한 음식이다.
빵을 갈라 그 사이에 짙게 조린 고기 덩어리를 넣고, 그 위에 실처럼 가늘게 뜯긴 고기를 한 겹 더 얹었다. 주황색 소스가 길게 지나가고 사이사이 고수 잎이 보인다. 초록 줄무늬 종이에 싸서 그대로 손에 쥐여준다.
그런데 베트남에서는 이 단순한 음식 하나가 가게마다 꽤 다르다. 빵의 바삭함도 다르고, 고기도 다르고, 들어가는 허브와 소스도 다르다. 그래서 여러 번 먹어도 묘하게 질리지 않는다.
무엇보다 주문하고 오래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먹을 수 있어서 바쁜 날 점심으로는 정말 편했다.
쏘이와 음료
반미만 먹었던 것은 아니다.

쏘이와 차가운 음료를 함께 놓고 먹었던 날도 있었다.
칠이 벗겨진 노란 철제 테이블 위에 그릇 두 개가 놓였다. 밥 위에 부친 달걀과 짙게 조린 것들, 그리고 얇게 썬 오이 몇 조각. 가운데에는 돔형 뚜껑을 덮은 플라스틱 컵이 있고, 검은 음료 안에 짙은 알갱이가 가득 들어 있다.
옆으로는 붉은 소스통, 흰 병, 포크와 숟가락을 꽂아둔 바구니. 테이블 끝에는 휴대폰이 화면을 켠 채 올라가 있고, 오른쪽에는 옆자리 사람의 그릇과 숟가락 든 손이 프레임에 같이 들어왔다.
굳이 사진으로 남길 만한 특별한 점심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회사 근처에서 먹었던 평범한 한 끼였으니까.
정리
여행으로 왔다면 이 가게에는 절대 안 들어갔을 것이다.
유명하지도 않고, 검색해서 나오지도 않고, 관광지 근처도 아니다. 그냥 일하던 곳에서 제일 가까웠을 뿐이다.
유명 관광지는 몇 년 뒤 다시 찾아가도 비슷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하지만 그때 일하던 곳 근처에서, 그날 점심시간에 들어갔던 작은 가게에서, 함께 있던 사람들과 먹었던 한 끼는 다시 똑같이 만들 수 없다.
하노이에서 먹었던 별것 없었던 점심. 지금은 오히려 그 평범함 때문에 남겨두고 싶은 하루다.
📍 Ô Chợ Dừa, Đống Đa, Hà Nội, Vietnam
이 글은 Vietnam Archive 시리즈 8편입니다. 이전 편은 오 꽌 쯔엉 성문과 구시가지 골목이고, 다음 편은 호안끼엠 주변을 걷다입니다. 관광지뿐 아니라 베트남에서 직접 만난 거리, 음식, 카페 그리고 평범한 일상의 장면들을 기록합니다. 짧은 사진 기록은 틱톡 @the8842과 인스타그램 @michaelhan1004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