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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에서도 점심은 대개 배달이었다 — 회사 옆 반미집에 일부러 따라 나간 날

하노이 동다구에서 일하던 시절의 점심. 평소에는 배달로 해결하는 날이 더 많았는데, 회사 사람들을 따라 바로 옆 반미 가게에 나가봤습니다. 메뉴판 가격 15K~25K를 사진 그대로 옮겼습니다.

하노이에서도 점심은 대개 배달이었다 — 회사 옆 반미집에 일부러 따라 나간 날

하노이에서 일하던 시절의 점심이다.

유명한 맛집을 찾아간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추천받은 식당도 아니었다. 회사 바로 옆에 있던 작은 반미 가게다.

평소 점심은 이렇게 안 먹었다

먼저 밝혀둘 게 있다. 평소 점심은 이렇게 먹는 날이 더 적었다.

회사 주변에는 식당이 많았고, 롯데리아 같은 익숙한 프랜차이즈도 있었고, 조금만 걸으면 고를 게 여럿이었다. 그런데 무엇보다 배달이 정말 편했다. 그래서 실제로는 배달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회의가 길어지거나, 나가기 귀찮거나, 더운 날이면 굳이 걸어 나갈 이유가 없다. 앱으로 시키면 회사까지 가져다준다. 한국 직장인이 점심시간에 배달앱을 여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그런데 이날은 일부러 따라 나갔다

이날은 회사 사람들이 밖에서 먹는다고 했다. 나는 배달을 시키지 않고 같이 따라나섰다.

이유는 단순했다. 하노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평범한 점심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직접 보고 싶었다.

여행을 다니며 관광지를 보는 것도 좋고 맛집에 가는 것도 좋은데, 나는 이런 생활 쪽이 더 궁금할 때가 있다. 출근은 어떻게 하고, 점심은 어디서 먹고, 퇴근 후엔 어디로 가는지. 그 나라에서 실제로 살아가는 방식은 관광지만 봐서는 잘 안 보인다.

회사 바로 옆, 노란 간판

멀리 갈 것도 없었다. 회사 바로 옆이었다.

노란 간판에 붉은 글씨로 BÁNH MÌ XÔI-CAFE, 그 위에 빨간 T+ 로고. 간판 아래쪽 주소 줄에는 HOÀNG CẦU가 적혀 있다. 가게 앞으로는 파라솔 두 개를 펴놓고 그 아래에 유리 진열장을 내놨다.

점심시간이 되니 주변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왔다. 셔츠 차림으로 진열장 앞에 서서 주문하고, 받아서 그대로 간다. 골목 안쪽으로는 오토바이가 벽을 따라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테이블도 의자도 특별할 게 없었다. 그냥 회사원들이 잠깐 들러 먹고 가는 곳이다. 그게 오히려 좋았다.

결국 문제는 ‘한 시간’

가게 앞에 서 있으니 생각이 하나 들었다.

직장인의 점심은 여행자의 식사와 다르다. 여행자는 맛있는 집을 찾아 20분, 30분 이동할 수 있고 줄이 길면 기다릴 수도 있다. 직장인은 그게 안 된다. 정해진 시간 안에 가고, 주문하고, 먹고, 돌아와야 한다.

그래서 맛도 중요하지만 속도와 거리가 더 중요해진다. 회사 옆 반미 가게는 그 조건에 정확히 맞았다. 나가자마자 있고, 주문이 빠르고, 먹는 데도 오래 안 걸린다.

메뉴는 완전히 다른데 행동은 한국 오피스가와 거의 같았다. 점심시간이 되면 나오고, 가까운 곳으로 가고, 빨리 주문하고, 먹고, 돌아간다. 한국이면 김치찌개·국밥·김밥이 놓일 자리에 여기는 반미·쏘이·죽·커피가 있을 뿐이었다.

메뉴판이 곧 이 가게다

메뉴도 복잡하지 않았다. 반미(bánh mì), 쏘이(xôi), 죽(cháo), 그리고 커피.

가게 앞 노란 메뉴판. 커피와 카카오, 말차 메뉴가 가격과 함께 붙어 있다

가격도 사진에 그대로 남아 있다. 쏘이는 종류에 따라 15K~20K, 차 종류는 TRÀ QUẤT 10K, TRÀ CHANH 12K, TRÀ SEN VÀNG 25K. 카카오는 CACAO ĐÁ 17k, CACAO NÓNG 20k, CACAO MUỐI 22k, CACAO BẠC XỈU 22k.

ℹ️ 이건 메뉴판에 적혀 있던 가격이고, 내가 그날 얼마를 냈는지는 적어두지 않았다.

이 정도 가격대면 매일 먹는 점심으로 부담이 크지 않다. 직장인이 매일 특별식을 먹을 이유는 없다. 싸고, 빠르고, 배가 차면 된다.

재미있는 건 메뉴판이 나뉜 방식이다. 커피 칸 머리에 CÀ PHÊ MUỐI, 그 아래 칸이 CA CAO MUỐI, 그 옆 칸이 MATCHA MUỐI. 소금 버전이 커피에서 카카오, 말차까지 세 줄로 붙어 있었다.

커피 칸에는 CAFE ĐEN NÓNG/ĐÁ, CAFE NÂU, CAFE MUỐI, BẠC XỈU, CAFE SỮA CHUA, CAFE LATTE. 옆 진열대에는 XÔI - BÁNH MÌ - CHÁO 판이 따로 서서, 쏘이에 무엇을 얹을지를 THỊT KHO(조림 고기), TRỨNG(달걀), RUỐC(육송), XÚC XÍCH(소시지)로 나눠놓았다.

반미

바게트 사이로 고기와 육송, 붉은 소스가 보이는 반미

바삭한 바게트 안에 고기와 여러 재료를 넣고 소스를 듬뿍 뿌린 아주 단순한 음식이다.

빵을 갈라 그 사이에 짙게 조린 고기 덩어리를 넣고, 그 위에 실처럼 가늘게 뜯긴 고기를 한 겹 더 얹었다. 주황색 소스가 길게 지나가고 사이사이 고수 잎이 보인다. 초록 줄무늬 종이에 싸서 그대로 손에 쥐여준다.

그런데 베트남에서는 이 단순한 음식 하나가 가게마다 꽤 다르다. 빵의 바삭함도 다르고, 고기도 다르고, 들어가는 허브와 소스도 다르다. 그래서 여러 번 먹어도 묘하게 질리지 않는다.

반미가 왜 이렇게 일상적인 음식인지는 먹어보면 안다. 구조가 단순하고 무엇보다 빠르다. 주문하고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다. 바쁜 점심시간에는 이게 결정적이다. 한국에서 김밥 한 줄이나 샌드위치를 사서 빨리 먹는 것과 같은 자리에 있는 음식이다.

쏘이와 음료

반미만 먹었던 것은 아니다.

노란 철제 테이블 위의 검은 아이스 음료와 쏘이 두 그릇

칠이 벗겨진 노란 철제 테이블 위에 그릇 두 개가 놓였다. 찰기 있는 밥 위에 부친 달걀과 짙게 조린 것들, 그리고 얇게 썬 오이 몇 조각. 가운데에는 돔형 뚜껑을 덮은 플라스틱 컵이 있고, 검은 음료 안에 짙은 알갱이가 가득 들어 있다.

옆으로는 붉은 소스통, 흰 병, 포크와 숟가락을 꽂아둔 바구니. 테이블 끝에는 휴대폰이 화면을 켠 채 올라가 있고, 오른쪽에는 옆자리 사람의 그릇과 숟가락 든 손이 프레임에 같이 들어왔다.

굳이 사진으로 남길 만한 점심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날도 이걸 나중에 글로 써야지 하는 생각은 없었다. 그냥 주변 사람들이 먹는 방식대로 주문하고, 앉아서, 먹고, 회사로 돌아왔다.

배달만 먹으면 못 보는 것

평소처럼 배달을 시켰다면 이 가게는 한 번도 안 들어갔을 것이다.

배달은 편하다. 그런데 배달만 먹으면 그 도시를 볼 기회가 줄어든다. 회사 밖으로 잠깐 나와 거리를 보고, 사람들을 보고, 동네 분위기를 느끼는 것 — 다른 나라에서 생활하고 있다면 이게 생각보다 중요하다.

베트남이라고 모든 점심이 쌀국수도 아니고, 매일 길거리 음식을 먹는 것도 아니다. 배달도 시키고, 프랜차이즈도 가고, 회사 근처 식당도 간다.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건 메뉴와 풍경이었다. 한국이면 빌딩 1층 식당가나 지하상가로 내려가고, 여기서는 오토바이가 세워진 골목을 지나 작은 가게로 들어간다.

회사 앞 몇십 미터도 여행이 된다

여행이라고 꼭 멀리 가야 하는 건 아니다. 회사 문을 나와 몇십 미터 걷고, 작은 가게에 앉아, 현지 직원들과 점심을 먹는 것. 나에게는 이것도 여행이었다.

유명 관광지는 몇 년 뒤 다시 찾아가도 비슷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하지만 그때 그 회사에서, 그 사람들과, 그 점심시간에 같이 나가 먹었던 한 끼는 다시 만들 수 없다.

지금 사진에는 노란 간판, 작은 테이블, 반미, 쏘이, 플라스틱 컵이 남아 있다. 거창한 장면은 없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사진이 더 재미있다. 내가 하노이에서 관광객이 아니라 일하던 사람이었던 시간이 거기 들어 있기 때문이다.

📍 Ô Chợ Dừa, Đống Đa, Hà Nội, Vietnam

방문 기록
위치 하노이 동다구 오쩌즈아 — 회사 바로 옆
간판 BÁNH MÌ XÔI-CAFE · T+ 로고 · 주소 줄 HOÀNG CẦU
메뉴 반미 · 쏘이 · 죽 · 커피/카카오/말차 (소금 버전이 세 줄로 따로)
메뉴판 가격 쏘이 15K~20K · 차 10K~25K · 카카오 17k~22k — 적혀 있던 값
평소 점심 🔴 대개 배달. 주변에 식당·프랜차이즈도 있었지만 배달이 제일 편했다
이날 회사 사람들을 일부러 따라 나갔다
안 적은 것 내가 그날 낸 금액 · 방문 날짜 · 가게 상호 — 적어두지 않았다

이 글은 Vietnam Archive 시리즈 8편입니다. 이전 편은 오 꽌 쯔엉 성문과 구시가지 골목이고, 다음 편은 호안끼엠 주변을 걷다입니다. 관광지뿐 아니라 베트남에서 직접 만난 거리, 음식, 카페 그리고 평범한 일상의 장면들을 기록합니다. 짧은 사진 기록은 틱톡 @the8842과 인스타그램 @michaelhan1004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