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Archive·

집에서 커피 내려 마시는 내가 청라에서 스타벅스로 간 이유

로스터리 카페를 3년 하고 로스팅 공장까지 돌렸던 사람이 프랜차이즈로 자리를 옮겼다. 거래처 사장님과의 미팅이 1시간 30분으로 늘어난 흐린 날, 청라에서 카페를 고른 기준을 적었습니다.

집에서 커피 내려 마시는 내가 청라에서 스타벅스로 간 이유

나는 커피를 집에서 내려 마신다.

한국에서 커피를 3년 공부했고, 로스터리 카페를 3년 운영했고, 로스팅 공장을 1년 돌렸다. 로스팅도 추출도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직접 하던 일이다. 그래서 집에 원두가 있고 장비가 있고, 원하는 농도로 바로 내려 마실 수 있다.

그런 사람이 굳이 옷을 챙겨 입고, 차를 타고, 주차를 하고, 커피 한 잔을 마시러 나갈 이유는 별로 없다.

그날도 집에 있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거래처 사장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잠깐 들르겠다고.

결국 그 한마디에 나왔다.

처음 간 곳은 스타벅스가 아니었다

거래처 사람을 집에서 만날 수는 없으니 근처 카페를 떠올렸다. 청라에는 카페가 많다. 프랜차이즈도 많고 개인 카페도 많다.

다만 나는 카페를 고를 때 커피 맛만 보지 않는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조건이 달라진다. 그날은 커피 한 잔 마시고 헤어지는 자리가 아니라 사업 이야기를 해야 하는 자리였다.

그래서 처음 떠올린 곳은 오래 알고 지낸 청라 1단지 쪽 로스터리 카페였다. 커피 경력이 오래된 분이 운영하는 곳이고, 시간이 맞으면 지인들과 커피를 마시러 종종 간다.

같은 일을 해본 입장에서는 이런 곳이 대형 프랜차이즈보다 훨씬 재미있다. 원두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로스팅 이야기를 할 수 있고, 같은 원두라도 어떻게 뽑느냐에 따라 맛이 왜 달라지는지를 이야기할 수 있다.

문 닫을 시간이었다

그 집의 단점은 하나다. 일찍 닫는다.

밤낮 없이 일하는 사람에게는 이게 꽤 치명적이다. 사업하는 사람끼리 만나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낮에 바쁘면 저녁에 만나고, 저녁 일정이 끝난 뒤에 이야기가 이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영업 종료 시간이 다가오면 서로 신경이 쓰인다. 이제 일어나야 하나, 조금 더 해도 되나. 그 생각이 드는 순간 이야기 흐름이 끊긴다.

그래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두 번째 장소가 스타벅스였다

옮겨간 곳이 청라국제도시의 스타벅스다. 집에서 아주 가깝지는 않다. 차로 조금 움직여야 한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건물을 한 번 더 봤다. 대표 사진이 그 건물이다. 박공지붕에 세로로 촘촘한 목재 루버를 두른 2층 건물이었다. 정면 가운데는 지붕 모양을 그대로 살린 큰 유리창이라, 흐린 날인데도 안쪽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옆으로는 드라이브스루 진입로가 따로 나 있고, 통과 구조물에 2.6M 제한높이 / CLEARANCE 표지가 걸려 있었다. 바닥에는 DRIVE THRU 글자와 화살표가 크게 찍혀 있었다. 뒤로는 고층 아파트가 줄지어 섰다. 신도시에서 흔한 조합인데 이 건물만 지붕 모양이 달라서 멀리서도 눈에 들어왔다.

미팅 장소로 보면 장점이 분명하다.

주차장이 넓다. 그리고 바로 옆 대형 건물 주차장까지 쓸 수 있어서 차를 가지고 만날 때 부담이 적다. 청라에서 사람을 만날 때 이게 생각보다 중요하다. 커피가 아무리 좋아도 주차가 어렵거나 차를 세우려고 빙빙 돌아야 하면 시작부터 피곤해진다. 서로 차를 가지고 오는 자리면 더 그렇다.

1층만 쓰는 카페가 아니라는 것도 좋다. 위층 좌석이 있어서 1층이 복잡해도 올라가면 이야기하기 편한 자리를 찾을 수 있다. 테이블 간격이 좁거나, 사람이 계속 옆을 지나가거나, 음악이 크면 대화에 집중하기 어렵다. 반대로 자리가 여유 있고 오래 앉아 있어도 눈치가 보이지 않으면 미팅이 편하다.

창밖의 청라

흐린 하늘 아래 청라국제도시의 거리. 젖은 도로와 고층 아파트

도로는 아직 젖어 있고 하늘은 회색 한 겹으로 덮여 있었다. 멀리 아파트 단지가 겹겹이 서 있고 그 사이로 차가 몇 대 지나갔다.

계획된 도시 특유의 반듯한 풍경이다. 넓은 도로, 각 잡힌 블록, 나란한 가로수. 여행지에서 만나는 구불구불한 골목과는 정반대다.

나는 이런 날씨를 싫어하지 않는다. 쨍한 날보다 오히려 실내에서 오래 이야기하기에 맞는다. 밖으로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이 덜하다.

1시간 30분

창가 자리에 놓인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 트레이 위에 빨대와 냅킨이 그대로 올라가 있고, 창으로 들어온 빛이 나무 테이블에 길게 떨어졌다.

처음에는 잠깐 볼 생각이었는데 이야기가 길어졌다. 대략 1시간 30분.

구체적인 사업 내용은 적지 않는다. 다만 그날 대화의 중심이 현재가 아니라 앞으로였다는 건 적어둘 수 있다. 지금 하는 일을 그대로 갈 것인가, 시장이 바뀌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늘릴 것인가.

이런 이야기는 숫자만 보고 끝나지 않는다. 어떤 건 그 자리에서 결론이 나고, 어떤 건 며칠 뒤에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단순한 거래처 미팅이라기보다 서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에 가까웠다.

좋은 카페와 좋은 미팅 장소는 같은 곳이 아니다

이날 다시 확인한 게 이거였다.

커피만 놓고 보면 처음 갔던 로스터리 카페 쪽이 훨씬 재미있다. 원두 이야기가 되고, 로스팅 이야기가 되고, 내가 그 일을 해봤으니 나눌 말도 많다.

그런데 목적이 미팅이면 기준이 달라진다. 오래 앉아 있어도 불편하지 않고, 주차가 편하고, 상대와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조건에서는 프랜차이즈가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낯선 도시에서도 결국 스타벅스를 찾게 될 때가 있는 이유도 비슷하다. 실패할 일이 없고, 화장실이 있고, 앉을 자리가 있고, 와이파이가 된다. 그 네 가지가 다 되는 곳을 찾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그렇다고 앞으로 프랜차이즈만 다니겠다는 얘기는 아니다. 혼자 마실 거라면 나는 여전히 집에서 내린다. 원두를 고르고, 방식을 정하고, 조용히 마시는 쪽이 좋다. 시간이 맞으면 그 로스터리 카페에도 간다.

다만 누군가를 만나야 하고, 그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다면 공간의 편의가 커피 맛을 이긴다. 그날은 그랬다.

청라에서 미팅 장소를 고를 때 보는 것

조건 왜
주차 서로 차를 가지고 오면 시작부터 여기서 갈린다. 옆 건물 주차장까지 되면 더 좋다
오래 앉아도 부담 없을 것 눈치가 보이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끊긴다
소음과 테이블 간격 옆을 계속 지나다니면 집중이 안 된다. 복층이면 피할 데가 생긴다
영업시간 이날 자리를 옮긴 이유가 정확히 이것이다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치고

이야기를 마치고 일어났다. 잠깐 만나려고 나왔는데 생각보다 긴 대화를 했고, 앞으로의 방향까지 꽤 이야기했다.

돌아가는 길에 괜히 오래된 노래가 하나 떠올랐다.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치고. ㅋㅋ 정말 그런 하루였다.

거창한 여행지도 아니고 유명한 관광지도 아니다. 내가 사는 청라에서, 거래처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사업 이야기를 한 하루다. 그런데 이런 날이 지나고 보면 더 또렷하게 남을 때가 있다.

목포에서 비 때문에 스카이워크 다리가 막혔던 날도, 해무 때문에 도리산 전망대에서 아무것도 못 봤던 날도 결국 그렇게 남았다. 계획대로 안 된 날이 오히려 선명하다.

이날은 애초에 계획이 없었다. 거래처 사장님의 연락 하나로 만들어진 하루였다.

방문 기록
장소 인천 청라국제도시
목적 거래처 미팅
첫 번째 장소 청라 1단지 쪽 로스터리 카페 — 영업 종료 시간이 다가와 이동
두 번째 장소 청라국제도시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 · 2층 좌석 · 넓은 주차장 + 옆 건물 주차장)
마신 것 아이스 아메리카노 2잔
대화 시간 약 1시간 30분
안 적은 것 구체적 사업 내용 · 거래처 정보 · 두 카페의 상호와 영업시간(그날 적어두지 않았다)
날씨 흐림, 비 그친 직후

📍 청라국제도시, 인천, 대한민국


이 글은 Korea Archive 시리즈 6편입니다. 이전 편은 영종도 미애네칼국수, 다음 편은 사천 배말칼국수입니다. Michael Archive는 여행지뿐 아니라 그 사이의 평범한 날들도 함께 기록합니다. 짧은 사진 기록은 틱톡 @the8842과 인스타그램 @michaelhan1004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