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다니던 내장사 — 내가 알던 그 대웅전은 2012년에 불타 없어졌다
2026년 7월 아침, 우화정에 차를 세우고 내장사까지 걸었다. 어릴 때는 세상에서 가장 큰 절 같았던 곳. 그 대웅전은 1958년에 세워져 2012년 화재로 전소됐고, 지금 건물은 다시 세운 것이다.

내장산은 어릴 때 나에게 정말 큰 산이었다. 그 안에 있는 내장사도 마찬가지였다.
어린 눈에는 건물 하나하나가 유난히 크고 높아 보였다. 세상에서 가장 큰 절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지금 생각하면 실제 크기보다 어릴 때의 기억이 그 모습을 훨씬 크게 만들어놓은 것 같다.
나는 이곳을 꽤 자주 왔다. 학교 소풍 장소로 내장산은 단골이었다. 친구들과 보물찾기를 하고, 수건돌리기를 하고, 도시락을 펼쳐놓고 뛰어놀던 기억이 아직 남아 있다.
그때는 산이나 절의 역사 같은 건 하나도 몰랐다. 친구들과 뛰어노는 게 전부였다. 시간이 지나 다시 오니 같은 장소가 전혀 다르게 보인다.
우화정에서 걸어 들어갔다
이날은 아침 일찍 우화정에 차를 세우고 내장사까지 걸어 들어갔다. 7월이었지만 전날 비가 지나간 뒤라 공기가 선선했고, 한낮의 더위가 시작되기 전이었다.

우화정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 자체가 볼거리다. 양옆으로 나무가 길게 이어지고, 빛이 잎 사이로 들어온다. 조금 걷다 보면 오래된 나무와 돌담이 나타난다.
목적지만 보고 빠르게 걷기보다 중간중간 멈춰 서는 편이 좋았다.

케이블카에서 내장사로 올라가는 중간에는 이렇게 시야가 트이는 자리도 있다. 나무 사이를 걷다가 갑자기 잔디밭과 능선이 한꺼번에 열린다. 나무 터널 길만 계속되는 게 아니라 이런 구간이 섞여 있어서, 걷는 동안 풍경이 계속 바뀐다.

길 끝에 일주문이 있다. 현판에는 「內藏山內藏寺」(내장산 내장사)라고 걸려 있고, 양쪽 기둥에도 한자 주련이 붙어 있다.

일주문을 지나면 2층 누문이 나온다. 이날은 연등줄이 걸려 있었고, 난간에는 「백중(우란분절) 49재 천도기도 봉행」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건물이 작아진 게 아니라 내가 커진 것
내장사에 가까워질수록 어릴 때 기억이 하나씩 떠올랐다. 그때는 이 길도 지금보다 훨씬 길게 느껴졌고, 절에 도착하면 건물이 다 거대해 보였다. 대웅전 앞에 서면 압도된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였다.
지금 다시 와보니 느낌이 다르다. 건물이 작아진 게 아니라 내가 커진 것이다.
예전에는 크기와 화려함이 먼저 보였다면, 지금은 기와의 선이나 단청, 산을 등에 두고 자리 잡은 절의 위치가 더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내가 알던 그 대웅전은 없다
내장사를 생각하면 화재도 같이 떠오른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꽤 안타까웠던 기억이 난다. 어릴 때부터 봐온 장소였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관광지의 건물 하나였겠지만, 나에게는 소풍 가서 뛰어놀던 기억 속 배경이었다.
찾아본 내용 (내가 그날 본 게 아니다)
- 2012년 10월 31일 새벽, 내장사 대웅전에서 불이 나 건물 전체가 전소됐다
- 대웅전 안에 있던 불화 3점과 불상 1점도 함께 소실됐다
- CCTV에서 전기난로 주변에서 불꽃이 시작된 모습이 확인됐고, 당시 경찰과 소방당국은 전기적 원인을 유력하게 봤다
- 그때 불탄 대웅전은 조선시대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던 게 아니다. 내장사는 여러 차례 소실과 중건을 거쳤고 한국전쟁 때도 크게 피해를 입었다. 대웅전은 1958년에 다시 세워졌고, 그 건물이 2012년 화재로 다시 전소됐다
⚠️ 여기 적은 연도와 수량은 내가 나중에 찾아본 것이라 자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다시 세워진 절
지금의 내장사에 들어서면 예전 기억과 지금 풍경이 자연스럽게 겹친다. 대웅전은 다시 세워졌고, 경내는 잘 정돈되어 있다.
한편으로는 익숙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분명히 달라져 있다.
그래서 이곳을 걸을 때마다 묘한 느낌이 든다. 내가 기억하는 내장사와 지금 눈앞의 내장사가 완전히 같은 장소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혀 다른 장소도 아니다. 산은 여전히 뒤에 있고, 나무는 다시 자라고, 사람들은 다시 이 길을 걷는다.
아침 햇빛 아래
이날은 특히 아침 햇빛이 좋았다. 산 너머에서 올라온 빛이 기와지붕과 나무 사이로 들어오면서 경내가 조금씩 밝아졌다. 아직 사람이 많지 않은 시간이라 절 안도 조용했다.
한동안 마당에 서서 주변을 봤다. 어릴 때는 친구들 따라 뛰어다니느라 이런 걸 제대로 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세월이 지나 같은 자리에 다시 서보니 그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내장산이 더 이상 세상에서 가장 큰 산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내장사도 어릴 때처럼 거대하게만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이곳에 쌓여 있는 내 기억이 얼마나 큰지는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어린 시절의 소풍, 보물찾기와 수건돌리기, 오래된 대웅전, 화재 소식, 그리고 다시 세워진 절.
내장사는 나에게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시간이 겹겹이 쌓여 있는 장소다. 그래서 오랜만에 와도 낯설지 않다. 아주 오래된 기억 속으로 다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 전북 정읍 내장산국립공원 · 내장사
| 방문 기록 | |
|---|---|
| 지역 | 전북특별자치도 정읍시 내장산국립공원 |
| 방문 | 2026년 7월 아침 (전날 비 · 이른 시간이라 조용함) |
| 가는 법 | 우화정에 주차 후 걸어서 — 나무 터널 길 → (케이블카 위쪽 잔디밭) → 일주문 → 누문 → 경내 |
| 사진에서 읽은 것 | 일주문 「內藏山內藏寺」 · 「2026년 부처님오신날 연등 접수합니다」 · 「백중(우란분절) 49재 천도기도 봉행」 |
| 개인적으로 | 어릴 적 학교 소풍 단골 장소 |
ℹ️ 이 글의 사진은 저자가 직접 찍은 뒤 보정한 것이다. 그래서 사진의 색이나 빛을 근거로 삼지 않고, 그 자리에 있었던 것과 구조만 적었다.
이 글은 Korea Archive 시리즈 25편입니다. 이전 편은 내장산 우화정이며, 그날 아침 우화정에서 걸어 올라간 길 끝입니다. 국내에서 직접 다닌 섬, 바다, 산과 평범한 일상의 장면들을 기록합니다. 짧은 사진 기록은 틱톡 @the8842과 인스타그램 @michaelhan1004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