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tnam Archive·

하노이 호안끼엠 호수와 응옥선 사원, 그리고 잃어버린 지갑

하노이 중심의 호안끼엠 호수와 테훅교, 응옥선 사원을 걸은 기록. 산책 코스와 입장료 정보, 그리고 이날 호숫가에서 지인이 지갑을 통째로 잃어버린 이야기까지 남겼습니다.

하노이 호안끼엠 호수와 응옥선 사원, 그리고 잃어버린 지갑

하노이에 여러 번 와도 이상하게 다시 걷게 되는 곳이 있다.

호안끼엠 호수(Hồ Hoàn Kiếm).

하노이 올드쿼터 바로 옆에 자리한 이 호수는 유명한 관광지이기도 하지만, 여행자와 현지인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섞이는 공간이기도 하다.

아침에는 운동하는 사람들이 호수를 돌고, 낮에는 여행객들이 오가고, 나무 그늘 아래에서는 사람들이 잠시 쉬어간다.

호수 건너편으로는 고층 건물과 공사 크레인이 보이고, 물 한가운데 섬에는 베트남 국기가 걸려 있다. 도심 한복판이라는 게 물에 비친 스카이라인으로 바로 드러난다.

붉은 다리 하나

호수 북쪽으로 걷다 보면 나무 사이로 붉은색 다리가 보인다.

테훅교(Cầu Thê Húc).

나무 사이로 보이는 붉은 테훅교와 호수 위의 섬

호수 안의 작은 섬인 응옥섬(Đảo Ngọc)과 육지를 연결하는 다리다. 그리고 이 다리를 건너면 나오는 곳이, 내가 이름을 계속 못 외워서 “응옥… 거시기”라고 불렀던 그곳이다. 😂

바로 응옥선 사원(Đền Ngọc Sơn).

다리는 생각보다 짧다. 나무 난간에 붉은 칠을 한 아치형 다리이고, 사람 몇이 지나가면 꽉 차는 폭이다. 멀리서 보면 초록 일색인 호수 풍경에서 이 붉은색만 툭 튀어나온다.

목적지 없이 걷기 좋은 곳

호안끼엠의 매력은 사실 특별한 목적지를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데 있다.

호안끼엠 호숫가 석조 난간에 기대 선 모습

호수를 따라 천천히 걷고, 그늘이 나오면 잠깐 쉬고, 마음에 드는 카페가 보이면 커피 한잔 마시는 것. 하노이를 여행하면서 가장 많이 반복했던 일 중 하나다.

호숫가 난간은 돌로 만들어졌는데, 가운데 판마다 붉은색과 초록색을 넣은 문양이 박혀 있다. 바닥은 붉은 전돌이고, 그 위로 화분과 가로등, 전선을 매단 기둥이 서 있다.

관광지를 ’보러 간다’기보다는 그냥 하노이의 하루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에 가깝다.

다리를 건너면

붉은 다리를 건너 안으로 들어가면 호수 밖의 복잡한 분위기가 조금씩 사라진다.

응옥선 사원 안의 돌길과 석조 난간, 붉은 글씨가 새겨진 석조 구조물

깨진 돌을 맞춰 깐 길이 완만하게 휘어 오르고, 양옆으로 회색 석조 난간이 이어진다. 난간 끝에는 봉우리 모양 석주가 서 있고, 그 사이 석판에 붉은 글씨로 한자가 새겨져 있다. 난간 위로는 화분이 얹혀 있고, 머리 위는 나뭇가지가 낮게 덮어 한낮인데도 길에 그늘무늬가 깔린다.

몇 분 전까지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뒤섞이던 하노이 중심에 있었다는 사실이 잠시 잊힌다.

응옥선 사원의 전통 건물. 흰 기둥에 한자 주련이 붙어 있고 마당에 연꽃 화분이 놓여 있다

건물은 검은 기와를 얹고 짙은 붉은색 나무문을 달았다. 흰 기둥에는 한자 주련이 세로로 붙어 있다. 마당은 붉은 전돌을 깔았고, 연꽃을 심은 화분과 항아리가 곳곳에 놓여 있었다.

화려한 관광지라기보다는 규모가 크지 않은 전통적인 공간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응옥선 사원 하나만 보기보다 호안끼엠 호수 산책 → 테훅교 → 응옥선 사원을 하나의 코스로 보는 편이 더 좋았다. 호안끼엠과 응옥선 사원이 하나의 장소처럼 기억에 남는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입장료 50,000동

응옥선 사원은 입장료가 있다. 성인 1인 50,000 VND. 표를 사서 들어갔다.

환율에 따라 다르지만 한국 돈으로 3천 원이 안 되는 수준이다. 호수를 걷는 건 무료니까, 사원까지 들어갈지만 정하면 된다.

그러니까 내가 계속 못 외우던 “응옥 거시기 입장료 얼마였지?“의 답은 50,000동이었다. ㅋㅋ

(찾아보니 특정 무료개방일에는 요금이 면제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요금과 운영 방식은 바뀔 수 있으니 방문 전에 한 번 확인하시는 게 좋겠다.)

그런데 이날의 진짜 기억은 따로 있다

바로 여기다.

큰 나무 그늘 아래 호숫가에 사람들이 서 있는 오후의 호안끼엠

사진만 보면 평화로운 호안끼엠의 어느 오후다. 굵은 나무가 만든 그늘 아래로 사람들이 흩어져 서 있고, 흰 구슬 세 개를 단 검은 가로등이 물가에 서 있다. 화단 옆 노란 상자 위에는 생수병과 캔이 올라가 있고, 호수 건너편으로는 BIDV 건물과 노란 깃발이 보인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던 이유가 있었다.

같이 여행하던 지인이 지갑을 잃어버렸다.

등에 메고 있던 가방에 넣어뒀던 지갑이 사라졌다.

$900현금. 그리고 신용카드, 각종 카드, 지갑까지 전부.

ㅋㅋㅋㅋㅋㅋ

현금 900달러를 잃어버린 것도 문제였지만, 카드까지 전부 없어져 버리면서 그 뒤 일정 동안 강제 절약 여행이 시작됐다. 덕분에 나는 뜻하지 않게 한동안 여행 경비 담당. 😂

지갑을 찾을 수 있을까 싶어 이 주변에서 한참을 확인하고 기다렸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그래서 이 호수를 떠올리면 풍경보다 먼저 나오는 문장이 있다.

“아… 여기서 900달러 잃어버렸지.”

정리

여행 사진이라는 게 그런 것 같다.

유명한 장소와 멋진 풍경을 기록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작은 사건들이 그 장소를 더 선명하게 기억하게 만든다.

호안끼엠 호수와 응옥선 사원. 그리고 900달러짜리 추억. 😂

하노이 한가운데에서 보낸 어느 뜨거운 날의 기록이다.

📍 Hoàn Kiếm, Hà Nội, Vietnam


이 글은 Vietnam Archive 시리즈 10편입니다. 이전 편은 호안끼엠 주변을 걷다이고, 다음 편은 하노이 Festival Phở 2025입니다. 관광지뿐 아니라 베트남에서 직접 만난 거리, 음식, 카페 그리고 평범한 일상의 장면들을 기록합니다. 짧은 사진 기록은 틱톡 @the8842인스타그램 @michaelhan1004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